토라도라 1X화에서, 타이가....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보고, 문득 나도 내가 사랑하는 풍경 몇 가지가 떠올랐다.
1. 햇살을 등진 구름낀 하늘
- 어느 날 흐르는 구름 조각 하나하나가 사람의 인생 같다고 생각했다. 자그마하게 혼자 떨어져 있는 구름, 날개를 펼친 봉황새 같이 생긴 구름, 비행기같이 생긴 구름, 모자같이 생긴 구름, 기타 끼워맞추면 그럴듯해 보이는 구름들.
성분은 같지만 생겨먹은 모양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사람 하나하나와 같다고 생각했고,
바람이나 계절에 영향을 받아 흘러가고, 또 비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흐르는 우리네 삶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둡다가도 그 사이로 찬란한 햇빛이 비칠 때에는 무엇보다 빛나 보인다는 점에서 사람의 어두운 면과 찬란한 면을 생각했고,
비나 눈이 되어 땅으로 내려와, 세상을 변화시키고, 또다시 증발해 새로운 구름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세대를 이어가면서 세상을 바꿔 나가는 인간사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구름을 그렇게 바라본 것은 군대 다닐 때였던 것 같다. 그 뒤로는 마음에도 안 맞는 대학 교재나 책, 모니터만 바라봤던 것 같다. 집안 사정이 나쁘게 흘러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 전세방으로 이사왔지만, 만약 다음에 이사갈 일이 있다면 방에 누웠을 때 창문 너머로 하늘이 보이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2. 부슬비가 내리는 중, 혹은 비가 온 후의 도시의 밤거리
- 바닥 곳곳에 물이 고여 있는데, 밤중에는 그 탁함이 어둠에 가려져서 그 모든 물웅덩이가 검은 거울같이 변한다. 도시의 온갖 불빛, 가로등, 광고판, 자동차 전조등, 저 멀리 아파트의 불빛들이 어우러져서 곳곳의 물웅덩이, 바닥의 물기에 반사되기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도시가 굉장히 아름답게 보인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나 삼성전기 공장에서 일하면서 통근 버스를 타고 움직일 때, 저녁에 버스를 탈 일이 있을 경우 창가 자리에서 그런 풍경들을 아무 말 없이 쳐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3. 비행기에서 본 초저녁 하늘
- 그 풍경의 특성상 집안이 잘 돌아갈 때, 그것도 드물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덤으로 앞으로 볼 일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은 풍경이기도 하다.
구름 위로 올라가서 햇빛이 반사되는 구름들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초저녁의 하늘을 바라본 것은 정말로 기억에 남는다.
서쪽 하늘에서 점점 져가는 샛노란 석양과, 동쪽에서부터 점점 넓어지는 검푸른 하늘의 불명확한 경계 부분은, 땅에서는 잘 보기 어렵지만 하늘 높은 곳에서 보면 예쁜 초록색을 띠게 된다. 마치 에메랄드 빛이랄까, 비취 빛이랄까.
...유감스럽게도 제대로 감상할 기회는 한번 뿐이었다.
비행기에 탑승한 적은 대여섯번 정도인데, 나머지는 시간대가 안맞거나 창가 자리에 앉지 못했다. 창가 자리 승객의 어깨 너머로 하늘을 보는 수도 있지 않았느냐고? ...내 옆의 창가자리에 앉은 웬 예쁘장한 여자분이 하늘을 쳐다보는 내 시선을 영 불편해 하는 것 같길래 그냥 눈감고 잤다. 덕분에 맛있는 감귤주스도 놓쳤다.(...)
타이가가 크리스마스 풍경을 좋아하는 이유를 듣고 문득 떠오른 이야기. 뭐, 그렇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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