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07일
기록. 클린턴의 거짓말에 대한 각료들의 반응 중.
(전략)...사람들이 모여드는 동안 나는 도나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스캔들과 관련해 도나 샬랄라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TV카메라 앞에서 대통령을 옹호했었다. 거짓말이란 것이 밝혀지기 전에.)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서 옐로 오벌 룸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엘립스 광장과 워싱턴 기념비가 정면으로 보였고 좀 더 멀리로는 제퍼슨 기념관이 보였다. 황금빛 연회용 의자가 반원형으로 놓여 있었고 맨 앞에 대통령(클린턴)과 부통령이 앉을 안락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나는 대통령의 자리 바로 앞에 앉았고 재닛 리노가 내 왼쪽에 앉았다. 다른 각료들은 소파나 의자에 걸터앉았다. 백악관의 비서들 중에서도 일부 책임자급이 참석했다. 모두들 자리에 앉자 대통령이 들어왔다. 그는 우리에게 설명할 게 있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거짓말) 사과했다. 그리고 그 행동이 나쁘다는 것과, 가족과 국가와 우리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는 걸 안다고 했다. 그는 남은 평생 동안 그 일을 속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거라고 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지난 4년 반 동안 격노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은 훌륭한 배우였고 그래서 얼굴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화가 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를 비롯한 어느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한동안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허탈함을 느꼈다. 대통령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놀랍고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나는 그가 정말 사과한 것인지, 사과한 거라면 그게 자신이 한 말에 대한 건지 아니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또 그의 격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 대한 비판이 불공정할 뿐 아니라 악의적이었던 적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손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사정이 어떻게 됐든 무슨 변명이 그렇단 말인가?
대통령이 말을 끝낸 뒤 나는 몇 마디 말로 나의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려고 했다. 나는 지금은 정말 힘들고 슬픈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대통령에게, 그의 가족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대통령이 한 행동은 옳지 않았다. 그는 그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전날 미국 재향 군인회 총회에서 행정부를 대표하여 연설했떤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과 거기 모인 청중들 속에서 너그럽고 아량이 풍부한 보통 미국인들을 보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 다음 나는 대통령을 쳐다보며 말했다. "슬픈 일은, 우리 모두는 당신이 마이크 맥과이어가 되어 70개의 홈런을 때려 주기를 기대한다는 겁니다. 민주당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서 두 번의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지요. 당신은 우리 모두에게 멋진 기회를 주었고 지금 우리는 각자가 맡은 일을 통해 자신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곧이어 도나 샬랄라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무뚝뚝한 말투로 대통령이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과 지도자에게는 올바른 정책을 세우는 것보다 도덕성을 갖는 게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도나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것만큼 중대한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다소 퉁명스럽게 그녀의 논리대로라면 1960년에 존 케네디 대신 리처드 닉슨이 당선되었다면 국가는 더욱 나아졌을 거라는 얘기냐고 덧붙였다. 샬랄라의 말이 끝난 뒤 방 안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연방 재난 관리청의 책임자인 제임스 리 위트는 속죄에 대해 말하고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대통령과 같은 아칸소 출신이었는데 신앙 부흥 전도 목사처럼 말할 때가 있었다. 교통부 장관 로드니 슬레이터, 노동부 장관 알렉시스 허먼, 주택 및 도시 개발부 장관 앤드루 쿠오모 또한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내무부 장관 브루스 배빗은 어렸을 때 고해 성사를 하러 갔던 일을 얘기했다. 환경 보호청의 책임자 캐럴 브라우너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녀는 대통령의 행동으로 자신은 열 살배기 아들과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의 대화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맨 마지막으로 말한 고어 부통령은 다소 퉁명스로운 말투로 다윗은 용감하긴 했지만 불완전한 정신의 소유자였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후략)
(Madam Secretary: 매들린 올브라이트 자서전. p.183-185. 도서출판 황금가지)
클린턴이 거짓말을 하는 통에, 그를 옹호했던 각료들도 국민들 앞에 거짓말의 옹호자 신세가 되어 버렸다. 특히 여성 각료들은 더욱 심한 비난을 받았다. 바깥에서 벌어지는 청문회니 뭐니 하는 일들과는 별개로, 대통령이 황제가 아닌 이상에는 각료들과 저런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에 대한 생각이 나오는데, 도나 샬랄라(연방 보건후생부 장관)가 대통령은 도덕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클린턴은 동의했지만 닉슨과 케네디를 대비시키면서 수세적인 반격을 가한다.(...) 고어는 그런 대통령을 살짝 거들고 있는 것 같다.
그 밖의 각료들은 대통령이 먼저 사과를 한 것에 대해, 내용이 어떻든(올브라이트만이 저렇게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일단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일을 해나가자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내가 주목한 반응 중 하나는 환경보호국장 캐럴 브라우너의 반응인데, "내 아들내미한테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어른들의 놀이를 한 다음에 '난 안했다'고 전국민에게 거짓말을 쳤다는 사실에 대해서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건가?"라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도자가 100%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 지도자도 사람이고, 때로는 상황이 거짓말을 강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클린턴과 고어의 말은 그런 측면에서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캐럴 브라우너의 반응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지도자가 도덕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내가 저 대목을 유난히 인상깊게 본 것은, 과연 지금 높은 자리에 계신 어르신들 중에, "만약 대통령이 전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다 들통난다면, 그것에 대해 자기 자식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까하고 도덕과 교육의 측면에서 고민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사소한 의문이 들어서였다.
# by | 2008/08/07 09:50 | 매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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