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공간까지의 예상거리 앞으로 1500!"
"츠에리! 저 서클의 중심으로!"
"아아, 나도 이젠 모른다고요!"
스메라기의 지시에 츠에리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프톨레마이오스의 함수 방위를 약간씩 수정했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스메라기의 예상 하나만을 믿고 '사실은 어떤 물체일지도 모르는' 곳으로 돌진해야 하는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았지만, 이 검은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될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운 것이라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차피 그날 부모님과 함께 내 몸의 반은 죽었어!'
"거리, 500!"
펠트의 날카로운 외침을 듣던 스메라기가 승무원들에게 함내방송을 했다.
"전원! 대 충격 및 대 쇼크 대비!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를 믿고 따라줘서 고마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스메라기씨!"
"거리, 100!"
프톨레마이오스의 선체가 거칠게 요동쳤다. 태양폭풍이 가장 격렬할 때를 제외하곤 있을 수 없는 스페이스 쉽의 거친 요동에 브릿지에선 크리스와 펠트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우주세기 0079. 01. 15. 루움.
"현재 연방군 함대 및 지온군 함대가 단종진으로 정렬 완료했습니다!"
카메라 기자 피터 시콜스키는 30분 전부터 무척 흥분한 모양이었다. 셔틀 기장이 1시간 전부터 위험하므로 노멀 슈트를 입으라고 경고했지만, 양측 함대의 움직임을 바라보는데 바빠 도무지 말을 듣질 않았다.
"알았으니까 노멀 슈트나 입어요. 정말, 남자들이란...."
리포터 에스메랄다 멕로레인은 피터 쪽으로 노멀 슈트를 밀어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이곳은 쌍방이 전쟁을 하겠다고 명시해둔 구역이었고, 민간용인 이 배는 그곳에서 양측을 찍어대고 있었다. 언제 연방이나 지온 측에서 전투기를 보내 꺼져라고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격침시켜 버리고 입을 닦아도 이쪽에는 할 말이 없는 노릇이었다. 목숨을 부지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최소한 노멀슈트는 입고 있어야만 했다.
폰 브라운 시 케이블 방송 소속 취재용 셔틀 '모스키토'는 연방군으로부터 전투공역으로 선포된 구역의 외곽에서 전투를 취재하기 위해 얼쩡거리고 있었다. 몇 100년 만의 진짜 전쟁 소식에 중립 지역인 폰 브라운 시의 방송들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달려들었다.
1월 3일, 사이드3의 지온 공국이 지구연방에 대해 선전포고한 뒤부터 지구권의 정세는 험악함의 정도를 넘어서서 폭발했다.
중립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폰 브라운시 지도부 및 사이드6 지도부에서는 연방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정확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이드3 측에서 해온 교섭을 빙자한 위협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그런 믿음에 바탕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11일 전, 즉 1월 4일을 기해 뿌리째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브리티쉬 작전.
지온의 우주공격군은 사이드1 8번치를 라그랑쥬 포인트에서 끌어내어 지구로 낙하시키는 전무후무한 만행을 저질렀다. 연방군 총사령부 자브로를 목표로 한 이 작전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지구연방 및 그 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데에 성공했다. 아라비아 상공에서 티안무 제독이 이끄는 궤도함대의 결사적 저지에 의해 세 조각으로 쪼개진 콜로니는 각각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 북아메리카에 떨어져 막대한 재산 피해, 연방군 해군의 괴멸과 같은 효과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더군다나 지온공국군은 콜로니를 공격에 동원하는 과정에서 사이드1 8번치 주민을 독가스를 이용해 학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그 충격이 더했다.
한겹의 벽만 지나면 인간이 맨몸으로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 진공의 우주공간. 지구의 극지방이나 망망대해, 사막 한가운데는 최소한 숨을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공간보다는 나은 곳이었다. 스페이스 콜로니와 월면도시들은 그런 삭막한 환경 한가운데에 떠있는 불안정한 생활공간이었고, 스페이스 노이드들은 묵시적으로 그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스페이스노이드의 나라인 지온 공국은 비무장의 콜로니 시민들을 학살했을 뿐 아니라 그 생활공간인 콜로니를 공격용, 아니, 학살용 무기로 사용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 것이었다.
이는 스페이스노이드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중립을 선언한 폰 브라운 시 및 사이드6는 지온 공국이 자신들에게 똑같은 짓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공포에 빠졌고, 겁먹은 토끼 같은 눈으로 연방 우주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민지 놈들'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받은 연방군의 충격은 엄청났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과 정치권의 비난이 군부에 집중되었고, 그동안 게으른 고양이처럼 지온공국을 방치하고 있던 연방군은 부랴부랴 그들을 제압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 돌기 시작한 정보가 자브로를 타격하지 못한 지온공국군이 이번에는 성공하기 위해서 '제2차 브리티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그것의 저지에 실패한다면 연방군의 존재 의의가 의심받는 상황이 올 터였다.
레빌 장군은 절대 져서는 안되는 이번 싸움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우주군 전력을 끌어모았다.
"연방군이 이기겠죠, 멕로레인씨? 저렇게나 많이 모았으니......"
장거리 망원 카메라로 멀리서 움직이는 연방 우주군 함대를 찍던 피터가 웃으면서 물었다. 에스메랄다 멕로레인은 피터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곤 혀를 찼다. 지온공국의 콜로니 떨어뜨리기 이후 불안감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미 중립을 선언한 이상 전쟁은 폰 브라운과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가진 시민들이 적지 않았고, 피터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겐 루움에서의 함대 결전은 무료한 일상에 재미있는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그런 사람이 하나 더, 이 셔틀에 있었다. 그녀는 뒤편 승객석에 조용히 앉아 이따금씩 망원경을 들여다보곤 하는 한 소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계통을 알 수 없을 정도의 세월이 지난 혼혈아인지 동서양이 뒤섞인 느낌을 주는 하얀 얼굴의 소녀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지 영 따분해하는 얼굴이었다.
방송국에 연줄이 있는지, 에스메랄다의 취재 계획을 알아낸 한 부호의 딸이 자신도 전투를 보고 싶다면서 취재에 동행할 것을 요청해왔고, 줄곧 창가에 기대어 앉아 연방군 함대가 모여드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스메랄다는 그녀나 피터가 전쟁을 장난처럼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화가 났다. 그녀도 연방군이 승리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심술이 나서 피터에게 이렇게 답해주고 말았다.
"뭐, 알수 없지요. 지온공국도 연방군이 가만히 있으리라 생각한 건 아닐거고, 뭔가 생각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에이, 그냥 겁대가리 상실한 전쟁광들의 사병집단이 정규군에게 이길 리가 없잖아요. 하하."
"예, 예. 알았으니 열심히 찍기나 해요. 인류 역사상 우주결전이란건 처음 있는 일이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양군의 진영이 일정한 형태를 갖추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에스메랄다는 슬슬 방송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셔틀 앞편의 통합방송기기 콘솔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무료하게 앉아 있던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기기의 전원을 켜고 빠르게 방송을 준비해나갔다.
"홀! 준비 다되면 말해줘요. 피터! 그만 찍고 노말슈트 입어요! 곧 방송 시작하니까! 거기 아가씨도!"
피터는 그제서야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노멀슈트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편에 앉아 있는 소녀는 일없다는 듯이 손을 한번 내젓고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에스메랄다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지만, 그녀는 곧 방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기내의 보도용 카메라 방향을 바라보았다.
"생방송이 가능하긴 할까요? 양군 다 미노프스키 입자를 잔뜩 뿌려댈 텐데..."
"그걸 위해 위에서 비싼 돈들여 중계소를 몇 군데 설치한 거잖아요? 정 안되면 녹화해서라도 방송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 찍기나 해요."
"멕로레인씨! 회선이 제대로 연결됐소! 1분 남았으니 준비해요!"
"알았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번 보고 카메라 쪽을 바라보았다. 데스크에서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경우', 즉 전투가 없을 경우 1시간 간격으로 3분간 방송을 진행하고, 전투가 시작될 경우 즉시 특집방송으로 전환하여 전투경과를 방송하도록 지시한 상태였다.
"3, 2, 1, Q!"
홀의 손가락이 완전히 접히자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향하는 카메라 쪽을 바라보고 중계를 시작했다.
"VBBC뉴스의 에스메랄다 멕로레인입니다. 저는 현재 전운이 감도는 루움 해역의 모처에 나와있습니다. 이곳에는 약 2시간 전부터 연방군의 우주전함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럼, 그동안 촬영해 둔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먼저 집결해 있던 지온 공국군은, 그와진 급 전함을 중심으로 하여 단종진을 취하고 있으며, 한동안 수적으로 열세이던 연방 우주군 함대 역시 포위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진형을 늘려왔습니다. 다만, 현재는 연방 우주군 함대가 계속해서 속속 모여들어, 그 진영이 지온공국군의 것에 비해서 점점 더 두꺼워지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루움 공역에서는 일촉즉발의 긴장이 흐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인류 역사상 우주에서 결전을 벌인 전례 없었음.
더구나 함대 결전의 전례도 없었음.
제군은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임.
- 지온 공국 우주공격군 사령관 도즐 자비 -
덧 - 설정이 안맞는 부분 등은 몰라서 그런 경우도 있고... 어차피 팬픽이니 대충 넘어가도 상관없는 문제다 싶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시길.(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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