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날개의 팜. 위험하다.(...) Anime




패인 :

1.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무게감을 가진 캐릭터가 없다.

- 전작에서는 크라우스가 주인공임에도 불구, 무거운 남자 캐릭터인 알렉스 함장의 '마에스트로에 대한 복수'라는 한결같은 의지를 작 전개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후속작인 은빛 날개의 팜에선 그런 한결같은 의지를 가진 캐릭터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비중이 너무 작아서 알렉스의 것과 같은 포스를 뿜어내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 마에스트로의 목을 부러뜨리고, 세상에 없는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최후를 맞이하는 알렉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뭔가가 분명 있었다.

- 그렇다고 주인공인 크라우스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제대로 싸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 파트너인 라비는 그랜드 스트림을 밴쉽으로 넘겠다는 한결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거기에는 평화를 바라는 기원과 아버지들의 목표를 잇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알렉스의 의지가 무겁고 음울했다면 크라우스의 의지는 밝고 한결같았다. 작중 내내 얻어터지면서 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인공이면서도 아무도 우습게 보지 않은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알렉스가 복수를 이뤘다면, 크라우스는 평화를 이뤘다.

- 후속작인 은빛 날개의 팜을 보면서, 주인공인 팜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가? 분명히 팜의 한결같은 의지는 전달이 된다. 전달 하고 있다. 그란 레이스 하자고. 그런데 그걸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말해대는 통에 도로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말 안해도 알거든요?(...) 각국 수뇌부가 모여 회담하는 도중에 툭 끼어들어서 악악대는 장면에 이르면 진지한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어이없음을 선사해 준다. 이기면 관군, 지면 역적이 되는 단두대 매치 하는 와중에 그란 레이스 이야기를 해대면 누가 진지하게 듣겠냐고요.

- 전작과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우주의 스텔비아'에서는, 인류 멸망의 위기 앞에서 이전투구하는 사람들 앞에 한 아버지가 자신의 딸의 영상편지를 틀어주는 장면이 나왔었다. 도망갈 곳 없는 멸망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위해 모였나를 상기시키면서 한심한 싸움 그만하자고 일침을 놓는 아버지의 모습은, 역시나 국제적인 회의 석상에서 나오기에 적당하지 않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와 감동을 불러 일으켰었다. 팜이야 분명 자기 진심을 말한 거겠지만, 거기에는 '스텔비아'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감동이 전혀 없다.

- 좋다. 팜이 페이크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으니 그럼 다른 중심을 찾아보자. .......없잖아?

루스스키니아의 행동은 작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그 동기 외에는 제대로 밝혀진 정보가 없고, 그나마도 서사의 중심에서 살짝 비껴나 있어서 시선을 모으지 못했다. 비중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고 봐도 되겠다. 아직은 그가 무엇을 찾는지 모르니 지켜봐야겠지만..... 어지간히 쩔어주는 연출이 아닌 이상에는 이제까지의 평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다. 잘 나가봐야 세상에 대한 열폭으로 악에 받혀 싸우던 라우 루 크루제 급이겠다.

알렉스 같은 뛰어난 함장이 되고 싶어하는 실비우스 함장 타티아나는 자신의 황제 소피아와 같은 강단도, 알렉스와 같은 집념도 보여주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가장 빛날 때는 붉은 밴쉽을 타고 하늘을 날 때였다.

연방의 각 함대 사령관들은 조연에 불과하고, 디오는 주인공으로 손색은 없으나 무게감으로 승부하는 캐릭터가 아닌 데다가 안타깝게도 역시 조연이다.

밀리아 왕녀. 밑천을 다 잃은 상태에서 실비우스와 팜의 도움을 받아 국가 재건의 의지를 불태운다. 심지어는 언니를 숙청하겠다고까지 선언한다. 하지만 10대 중반 여자아이가 그래봤자 별 감흥이 오지 않는데다가, 그걸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나찰같은 독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팜이 물을 흐려놓는 것이다.(...)


2.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무게감을 가진 장치가 없다.

- 라스트 엑자일 시리즈는 무엇을 추구했었던가? 전작의 주인공은 밴쉽 파일럿이었고, 서사의 중심에는 미려한 곡선을 가진 밴쉽이 한결같이 얽혀 있었으며, 듀시스-아나트레이의 화평을 이끈 키워드도 밴쉽이었고 크라우스가 한결같이 추구한 것도 밴쉽이었다. 크라우스와 알렉스, 크라우스와 디오, 소피아와 알렉스, 기타 등등의 드라마는 제대로 얽혀 있었고, 꽤 적절한 비중 분배가 되어 있어서 시드 데스티니 같이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사태가 일어난 적도 없다. 중심이 있고, 재료의 배치는 매우 적절했다.

- 반면 후속작 은빛 날개의 팜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애초에 보여주고 싶다던 것은 공중에서의 대규모 함대전이었다고 한다. 바랐던 중심은 '함대전' 내지 '함'의 이야기였던 샘이다. 그렇다면 트란 연방과 싸우는 사략선 실비우스의 모험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밴쉽 이야기는 한 번 써먹었으니 후속작에선 공중전함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비우스도, 라사스도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함대전 이야기에 '함'이 없다.(...)

- 엉뚱하게도, 주인공인 팜은 밴쉽을 몰고 다니는 밴쉽 파일럿이다. .....함대전 이야기에 주인공이 밴쉽 파일럿이라. 좋다. 항모 생기고 나선 어차피 전함은 쩌리지. 밴쉽이 좀 더 활약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그럼 그녀가 타는 밴쉽은...... 베스파 타입. 안타깝게도,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함대전이 메인인 작품에서 그런 스쿠터 같은 물건이 핑핑 날아다니는 건 영 그림이 안된다. 전작의 밴쉽들은 좀 더 중후하고 멋스러웠다. 고전적인 자동차 같아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게 식상하다면 그라키에스의 급강하공격용 밴쉽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국 조연인 디안의 전유물로만 남아 있다.

- 게다가 살상이 싫단다. ......다행히 제작진이 최소한의 개념은 남겨 놓았기 때문에 팜이 키라보살처럼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 덕에 막나가는 맛조차 느낄 수가 없다. 함대전에서 공격조차 하지 않겠다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주인공이. 결국 조연인 소르슈의 발 하나 묶어놓지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 뭐 최후의 순간에 엑자일을 놓고 '고래잡이'를 하는 장면이라도 보여주려는가 싶긴 하지만, 솔직히 그다지 멋있어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사오토메 알토가 배틀 프론티어와 융합한 바쥬라 퀸 앞에서 한 것처럼 가부키 춤이라도 추려나?-_-;; 아무튼 그런 장면을 인상깊게 보이게 하려면 꽤나 힘을 쏟아야만 할 것이다.


3.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

- 어떤 이야기가 좋았을까? 하는 후보군.

i. 디오가 밴쉽대 대장, 함장이 타티아나, 그리고 공주님인 알비스를 지키면서 황제의 귀환을 기다려야 하는 - 전함 실비우스의 이야기.

ii. '소년' 팜이 망국의 밀리아 공주를 지키겠다고 결심, 연방의 걸출한 군인들과 대결하면서 아나트레이와 연합해 루스키니아를 물리치고, 트란/아나트레이와 아데스 연방 간의 평화를 이룩하는 이야기. 이 과정에서 '소년' 팜은 밀리아 공주, 네비게이터 지제, 아우구스타 사라, 그라키에스의 쿨데레(...?!) 디안과의 사이에서 하렘을 이룩하는데.(...)

iii. 루스키니아 총통이 를루슈처럼 세계를 부수고, 재창조하는 이야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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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월광토끼 2012/02/26 01:02 # 답글

    사실 저도 처음 보기 시작할 때는 '오오 함대전 오오'하면서 봤지만 지금 와서는 실망감이 정말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i번 처럼 되었으면 작품이 지금의 수백수천수만수억배 더 나은 물건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난 실비우스 오오 하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벌써 일곱화 동안 실비우스는 코빼기도 안나온 점도 정말 X같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진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을까, 지들은 지들이 만든 작품이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이 다 듭니다. 아오..
  • 알츠마리 2012/02/26 16:02 #

    동감입니다.ㅠㅠ 2003년에 만든 것보다 못하다는 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 데지코 2012/02/26 01:13 # 답글

    그냥 곤조가 왜 망했으며, 앞으로도 망할 가능성이 높다라는걸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거군요
  • 알츠마리 2012/02/26 16:03 #

    1기는 괜찮았어요.;;;; 스트라이크 위치스가 성공한 탓에 저렇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얼핏 듭니다만....
  • 설정은 참 좋은데. 2012/02/26 01:17 # 삭제 답글

    설정은 참 좋은데 그걸로 내놓은 물건 꼬라지를 보면 초특급 재료들을 모아서 인스턴트 라면 수준의 식품을 만든것과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1기도 전개내용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것과 비교를 하는거 자체가 1기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차라리 1기를 알렉스가 살아남는 내용으로 각색해서 리메이크판을 낸 뒤 2기에도 알렉스와 클라우스에 초점을 맞춰서 쓰는게 더 낫지않나 싶네요.
  • 알츠마리 2012/02/26 16:04 #

    안타깝지요. 뭐 보태주는 건 없지만서도.(먼산)

    개인적으로는 알렉스가 살아오는 건 반대입니다.;; 건시데의 모 가면남 생각이 나서...(쿨럭)
  • wasp 2012/02/26 06:26 # 답글

    이 글을 보니 통수크라운보다 사태가 더 심각해보이는 애니처럼 보이네요
  • 알츠마리 2012/02/26 16:05 #

    음... 통수크라운이 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태가 심각한 건 맞습니다. 벌써 20화가 다 되어가는데 저러니 수습하기도 늦었고.
  • wasp 2012/02/26 19:53 #

    통수 크라운=길티 크라운

    매화 매화가 통수를 쳐대서요. 뭐 이 외에도 전개가 막장이여서 막장 크라운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 알츠마리 2012/02/27 22:19 #

    코드기어스 정도일까요.;
  • 에스테 2012/02/27 01:37 # 답글

    1기를 너무나도 재밌게 본 입장에서 2기는 왜이리 별로일까.. 하고 고심하던 찰나에 제대로 정리된 글을 보게 됬네요. 공감이 팍팍 됩니다.
  • 알츠마리 2012/02/27 22:19 #

    대충 때려썼습니다만;; 감사합니다.(...)
  • 에이왁스 2012/02/27 10:38 # 답글

    통쾌한 분석입니다.
    보는 내내 왜이렇게 가슴이 답답했나 싶었는데,
    이제 이해가 가네요.

    정말 19화의 마지막 부분은 뭥미(?) 였습니다.
    1함대 할아버님께서 노망이...;;;
  • 알츠마리 2012/02/27 22:21 #

    ...통쾌감까지 느끼시다니;;

    그리고 19화는.... 뜬금 없지요. 그럼 애초에 왜 싸운 걸까 싶을 정도로.-_-;
  • tanato 2012/02/27 15:28 # 답글

    실질적으로 꼬라지를 보면(...) iii이긴 한데... 알츠님 말마따나 를르슈가 아니라 크루제니 이건 뭐..;;
    근데 팜이 하는 꼬라질 보면 얼라(...)라 그런건 당연한데... 분위기 좋게 잘나가다가 이게 뭔가 싶습니다 --;
  • 알츠마리 2012/02/27 22:24 #

    전 개인적으로 ii도 좋다고 생각합니다.(퍽) 사실 1기 마지막 장면에서 크라우스가 초유의 하렘을 이룩했다고 말들이 많았지요.(...)

    성차별적인 편견.... 같은 건 아닙니다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분위기는 완전히 나쁘게 보면 케이온, 그나마 좋게 봐주면 스트라이크 위치스니...
  • tanato 2012/02/27 23:03 #

    어찌보면 최근 시류인 하렘이나 그런쪽을 따라가진 않는느낌이라 좋긴한데, 조금 안이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 기대했던 함대전도 밴쉽을 좀 쓸줄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고... orz

    사실 17화에서 크라우스가 나왔을 때, 이런 반응이 있었죠. "허리좀 작작쓰지!"(...)
  • 알츠마리 2012/02/27 23:25 #

    .......과연.(...)
  • DaPhNe 2012/04/05 14:10 # 삭제 답글

    오!! 이렇게 은빛날개의 팜에서 실망한 부분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시다니 대단합니다!! 굳굳

    정말 팜이 징징대는 부분은 보기 싫어서 그냥 스킵하면서 본게 한두번이 아닙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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