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모순 나름 철학적 망상

 청년은 힘이 세지고 싶다고 요정에게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요정은 청년을 우락부락한 거한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가 바랬던 건 이게 아니야."

 "뭘 바라셨나요?"

 "좀 더 호리호리하고 잘생긴 상태에서 힘이 세지고 싶은 걸."

 "알았습니다."

 청년은 절세의 미남으로 바뀌었습니다. 키가 3미터 50cm라는 점을 빼면 아무 흠잡을 데가 없었지요.

 "우리 집에도 못 들어가겠어. 왜 이렇게 크게 만들어준 거야?"
 
 "뭘 바라셨나요?"

 "좀 더 정상적인 몸 크기에다 잘 생긴 얼굴을 한 채로 힘이 세지는 방법 없어?"

 "하지만 인간의 근섬유 구조 한계상 그게 불가능한데요."

 "다른 방법 없을까?"

 "알았습니다. 그럼......."

 청년은 절세의 미남에 호리호리한 몸매에 키 180cm라는 스펙으로 괴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근섬유가 탄소섬유로 변하고, 동력원은 원자전지에, 골격은 티타늄 합금이 되었으며, 그 힘을 제대로 제어하기 위해 기계로 된 뇌를 갖게 되었다는 점을 빼면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아, 그리고.......

 "내가 고자라니!!"

 "뭘 바라셨나요?"

 "인간이 아니게 해달라고는 안했잖아!"

 "ROC를 제대로 제시하셔야죠, 고객님. 맞춰드릴 수 있는 조건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랍니다."

 "알았어, 그럼........"

 청년은 욕심을 버리고, 밤의 황제가 되었답니다. 뭐, 그것도 힘이라면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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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 장수가 열심히 판촉 활동 중이었습니다. 워낙 뻑적지근하게 해서 사람들이 구경하러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이 창은 어떤 방패든 종이장처럼 꿰뚫을 수 있소!!"

 창은 과연 날카로워 보였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세가 오른 무기 장수는 이번에는 방패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 방패는 어떤 창검이든 막아낼 수 있소!!"

 방패는 과연 튼튼해 보였고, 사람들은 역시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때 한 지나가던 선비가 무기 장수에게 물었습니다.

 "이보시오.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된다는 게요?"

 사람들이 무기 장수를 돌아보았습니다. 무기 장수의 핀치인가 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찰나, 그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 되물었습니다.

 ".......보고 싶소?"

 어쩐지 살벌해 보이는 표정에 놀란 선비가 움찔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말이오?"

 "그, 그렇소이다."

 재차 확인하는 무기장수에게 선비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무기 장수는 이내 인적이 드문 벌판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가더니, 방패를 땅바닥에 눕히고 그 위에 장대를 이용해 창을 수직으로 매단 뒤, 수 km밖으로 거리를 띄운 후 창을 매단 기나긴 끈을 끊었습니다.

 창과 방패가 부딪히자, 대소멸반응이 일어났고, 무기 장수가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멀리 띄우지 않았던 선비는 그 반응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호기심은 몸을 망치는 첩경이게 마련이지요. 


덧글

  • ㅈㅅㅈ 2013/02/27 09:10 # 삭제 답글

    확실히 K-21 같은 경우를 봐도 잘못된 ROC의 제시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지 알 수 있죠...
  • 알츠마리 2013/02/27 10:20 #

    뭐 망한 수준까지는 아니고, 더 좋아질 여지를 깎아먹은 수준이라는 점에선 다행이지요. 처음 만든 IFV이기도 하고요. 몇몇 부분은 당장은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한 것이기도 했고...(개선할 의사가 있느냐에 대해선 좀 의문이지만)
  • BC-304 2013/02/28 00:57 # 답글

    아니, 무슨 약을 빨았길래 이런 단편을 지으실 수 있는 건가요?
  • 알츠마리 2013/02/28 11:28 #

    아니 그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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