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Military


 두서없음.

1. 3.5 세대 전차에 대해서 -

네트워크에 통합되어 교전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하드웨어적으로 이른바 3세대 전차와 별 차이, 즉 장갑재나 엔진의 형식, 주포 등에서의 결정적인 발전이 없음. 제 4세대를 칭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음.

다만 네트워크에 통합되어 교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차이는 분명히 있긴 했고, 그걸 지칭할 단어-어쩌면 수출시장에서의 세일즈 포인트로 쓸 단어-가 필요했기에 3.5세대라는 단어가 등장.
 

개인적으로는 굳이 그런 숫자를 붙인다면 3.2세대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싶지만, 어쨌든 어떤 3세대 전차를 채택하는 '군대'가 해당 전차를 네트워크에 통합해 사용한다고 결정하고 해당하는 개량을 진행하여 운용한다면, 그건 3.5세대 전차임.


2. FCS 여단은 -

2000년대 초반, 미국은 미래 미육군 비전을 짜면서, 표준 수송기로 수송 가능한 경여단과 뒤에 도착할 중여단으로 이원화된 편성을 노림. 네트워크화 하여 그 지휘통제의 용이성을 극대화하고, 미군의 우월한 공중지원/지상 지원화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장차 무인화된 지상전투장비를 중심으로 전투병력을 편성하여 '인간 병력'이 죽어나가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그 골자.
 
 
경여단은 91년 걸프전 당시 취약한 쉐리던 경전차 등으로 이라크 기갑부대와 잠시나마 마주해야 했던 위기 상황에 대한 반성으로 표준 수송기로 수송 가능한 중량한도 내에서 납득할 만한 방어력을 양립시켜야 한다는 어려운 요구사항에 직면함.
BAE 등 온갖 업체가 FCS 체계의 방어력 향상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냄. 역시 가장 쉬운 방식은 장갑을 바르는 것이지만 그래서야 수송 중량 한계에 걸리고, 그 때문에 단순하게는 위협 정도에 따른 (Level A,B,C) 증가장갑 장착, 혹은 폭발반응 장갑, 혹은 각종 탄두를 폭압 내지 텅스텐 볼로 요격, 그리고 가장 복잡하게는 전자기로 상대의 관통력을 '감쇄'한다는 독특한 개념까지 등장,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며 많은 돈을 까먹음.
 

미군이 바랬던 방어력의 수준은, FCS여단에서 주력전차의 포지션을 담당하는 차량이 제3세계에서 마주칠 확률이 높은 전차 중 가장 강력한 T-72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정도였음. 일개 경전차를 요구했었던 것 뿐이라면 이미 120mm 주포를 장착 가능한 썬더볼트2와 같은 공수경전차가 존재했지만, 공통화 플랫폼을 갖춘다는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데다가 방어력이 불만족스러워 미육군은 쳐다보지도 않았음.

 어느 정도 방어력을 달성한 샘플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FCS여단 vs 세르비아 기갑여단(T-72의 독자 개량형 전차를 장비했을 듯)의 대결을 상정한 시뮬레이션에서 교환비는 1:1로 나옴.
 간단히 정리하면, 적진에 가장 먼저 투입해서 빵빵한 지원 화력을 받으며 중여단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경여단이 결국 T-72같은 중고 MBT의 공격을 제대로 버틸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
 잘 싸웠다? 여단이 하나면 잘 싸웠겠지만 경여단의 전투지는 기본적으로 적지임. 그 여단 녹고 나면 적지에서 또 다른 병력이 오고, 그러면 지상의 미군 교두보는 밀려나며 끝날 일. 미군이 기대하는 Kill ratio는 적어도 1:1은 아니었음. 하지만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해도, 네트워크화 되었음을 가정해도 근본적인 스펙의 차이를 극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음.
미군은 그 결과에 실망했지만-예산 더달라는 징징이었는지는 모르겠다-개발을 계속하나,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양면전쟁을 수행하는 예산 압박에 더해 FCS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아 결국 걷어치움.
<결국 표준 수송기 기준 중량 제한을 포기>

3. 네트워크와 군대의 결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가능한 것, 첫째 : '전장의 안개', 즉 전장의 불확실성을 기술을 통해 극복하려는 것이 군의 네트워크화. '전장의 안개'란 작전술 이하 측면에서 한정하자면 전장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 적의 의지에서 기인하는 것, 그리고 아군에게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화 된 통제 수단을 갖추면 셋 중 '아군에게서 기인하는' 불확실성을 결정적으로 줄일 수 있음.
자기가 어딨는지, 속도가 너무 느리지는 않은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중에서' 놓치는 요소가 있어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지는 않는지, 화력 요청과 지원은 똑바로 이뤄지고 있는지, 길을 잘못 들지는 않았는지, 피해가 너무 크지 않은지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 중간에 바보가 있더라도 상급 지휘관들이 부대를 더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상급부대에 의한 보다 철저한 통제가 시급합니다)


가능한 것, 둘째 : 필요한 곳에 필요한 화력/병력/물자를 집중시키는 절차가 보다 신속해질 수 있음.

불가능한 것, 첫째 : '환경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제거. 전자는 기상현상, 지반의 상태, 복잡한 지형으로 인한 정보 획득의 어려움 등을 의미함. 이러한 요소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계획을 세우는 데에 드는 노력은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 정찰기를 띄우고, 수색부대를 파견해 중장비 운용이 가능한 곳인지를 파악하며, 복잡한 지형 속에서 적의 활동이 과연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내어야 하는 절차는 어느 군대도 피해갈 수 없음.
<네트워크화 된 전차도 얼마든지 이런 한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불가능한 것, 둘째 : '적의 의지에 의해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제거. 예컨대 전장의 적의 의도가 아군의 섬멸인지, 유인인지, 저지인지, 혹은 저기 있는 병력이 주력인지, 양동인지, 기만책인지, 저 앞에 매복이 있는지는 단순히 데이터 교환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님. 부단한 관찰과 전국을 파악하는 지휘관과 참모의 판단 능력이 필요하며, 그것이 올바로 기능해야만 신속한 데이터 교환이 위력을 발휘함
 이미 불꽃놀이가 시작된 시점에 데이터 교환이 빠른 것은 바보짓을 신속하게 멈추거나, 혹은 극복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바보짓을 시도했거나 일단 불벼락을 뒤집어쓰는 상황이 생기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그 군대의 능력이다. 해군의 군함 뿐 아니라 지상의 단위부대도 늘 데미지를 컨트롤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지상전이 본질적인 요소이다.
불가능한 것, 셋째 : 인적 자원의 질적 향상, 떨어지는 스펙에 의해 생기는 결과의 완전한 극복.
<무전기도 충실했고, 미군은 76mm, 영국군은 17파운더, 소련군은 85mm를 받아서 잘하면 적을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하지만 그럼에도 연합군은 늘 큰 희생을 강요당했다> 


 4. GPS(Gunner's Primary Sight)가 50배율 조준이 가능하면 유용한가? -

 유용한 점 : 첫째, 적의 관찰에 유용하다. 특히 장거리에 있는 특화점과 같은 점표적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 유용할 것이다. 둘째, 조준감사가 가능하다면 이야기지만, 그러한 장거리 표적에 대한 선제 공격의 이점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 단, 정지 표적일 경우.

 그 한계 : 첫째. 일정 배율 이상의 영상 확대는 디지털 보정에 의해서 이뤄진다. 당연히 그 처리에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전차의 기동간 사격, 혹은 기동하는 표적에 대한 사격에는 사실상 써먹을 수가 없다. 보정되지 않은 화상을 보고 포탄을 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거리, 혹은 단거리 교전에서, 50배율 조준경을 가지고 상대 전차의 약점을 노린다? 어느 한 쪽이라도 기동한다면 그 정도로 높은 배율은 설령 보정에 걸리는 시간이 없더라도 포수의 조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미경을 통해 보며 날아다니는 파리를 때리려는 꼴이다. 종래의 6, 8, 10배 조준경, 혹은 아예 보조 조준경이 나을 것이다.
 5km니 뭐니 하는 장거리 교전 시에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그 정도 장거리 사격시에는 포탄이 날아가는 동안 표적이 속도를 높인다든지, 방향을 튼다든지 하며 조금만 움직임을 달리 해도 FCS의 리드 계산은 무의미하게 되어버린다. 그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그냥 화력지원을 요청해라. 그건 포병과 육항의 임무다. 전장에는 전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5. 디젤 엔진을 장착한 전차는 진동에 의해 주포 정확도에 영향을 받는가? -


다음 영상으로 대답을 대신하고자 한다.(4분부터)



  6. 복무 기간과 정예도는 비례하는가? -

 
<Q.동무는 10년간 군에서 뭐했네? A.염소 밥먹였소.>

 *. 실전 경험은 국가가 전쟁 중인지, 혹은 전시에 준한 상황에 군대가 노출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훈련 횟수는 당연히 복무 기간이 긴 쪽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 문제는 그 기간 동안, 그리고 훈련을 하며 '무엇을' 하는지이다. 한국군은 나름 훈련을 열심히 한다. 주간 교육, 월간 교육, 스케쥴 대로 돌아가는 각종 훈련. 하지만 이는 반복 숙달로서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행보관들은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을 만한 인원들에게는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비를 쥐어준다. 행보관들이 바보인 것이 아니다. 그들은 현명하다.
<한 '진짜로' 유능한-방독면 끼고 포탄 47발을 쉬지 않고 나르고, 조종도 잘하고, 궤도이단연결 작업도 순식간에 해내는- 한국군 전차병 병장의 토로 : 난 다시 군대 올 일 있으면 X나 병신인 척 할 거야. 일 좀 잘한다 싶으면 맨날 작업만 시켜. 나도 가끔 교육훈련 받고 싶다고 젠장.>

 *. 독일군이 우수하다는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의 눈부신 전과에 단순히 눈이 멀었을 뿐인 일부 '독빠'들이 하는 말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스갯소리로 '독궈놀러지'라는 장비의 우수함? 그건 1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물론 이쯤되면 부럽긴 하다>

그 우수함의 핵심인 '임무형 지휘체계'란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전장의 안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유효함이 역사 속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2개 사단으로 쪼그라든 지금도 강군을 논함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것이다.

 *.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삼류 아이돌은 노래도 못 하고 춤도 잘 못 춘다. 그저 그런 아이돌은 립싱크를 하며 짜주는 안무를 잘 따라한다. 괜찮은 아이돌은 노래도 잘 부르고 안무도 잘 따라한다. 우수한 아이돌은 작곡도 하고 안무도 짠다. 아주 우수한 아이돌은 작곡도 하고 안무도 짜고 무대 배치도 한다.
<진정한 '마스터'라면, 오래 살아남는 아이돌이라면 단순히 받아서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겪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한국군의 장교들 중 태반은 그 기간 동안 그저 그런 아이돌, 잘해봐야 괜찮은 아이돌이 되어서 나온다. 시키는 건 잘 한다. 물론 그 이상이 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수가 많지 않다. 높이 간 사람들이 포커쳐서 별을 딴 건 아니겠지만, 아래로 내려오면 전반적으로 그렇다. 그게 한국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가장 군부심 넘치는 예비역들조차 한국군이 정예 강군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의미심장한 쓴웃음을 짓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전을 자주 겪는 미군 장교는 그저 그런 수준에서 우수한 수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균일하지가 못하다. 결국 보다 빠르고 정확한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 교육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월한 전자기술과 자금력으로 해결한다. 그것이 군의 네트워크화다. 전장의 안개 속에서 확실함을 가져오기 위한 접근 방법인 것이다.
<네트워크화의 효과는 워크래프트3의 영웅의 aura류 스킬처럼 눈으로 보이는 전투력이 상승하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네트워크화로 전투력이 올라갔다는 말은 지휘통제의 효율성이 개선되고 난맥상이 해결되었으며 제대 간 연결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효율화 관련 문장의 '줄임말'일 뿐이다. 높은 분들이 읽는 서류는 이해하기 쉽고 간결할수록 좋은 법이다.>

 임무형 지휘체계가 제대로 기능한다는 것은, 아이돌들이 같은 교육을 받으면 주는 노래와 춤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한 수준의 작곡과 안무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건 모든 육군에서 대단히 귀중한 능력이다.

 독일의 경우, 장교단에 기술을 통해 극복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모든 장교가 오토 카리우스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임무형 지휘체계를 군의 근간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은 상하간의 충분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외 환경을 보자면 냉전도 끝났고 러시아의 위협도 많이 줄었다. 당면한 실전은 대부분 저강도 분쟁이다. 네트워크전의 유용성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으나 까다로운 의회와 싸우고, 많은 돈을 들여가며 사야 할 만큼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각국의 군대가 처한 전략적 환경은 다른 것이다. 그리고 전략적 환경이 변화하면 군도 변화한다. 식충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 한, 필요가 생기면 그들은 일을 할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장비의 스펙 비교는 쉽지만, 한 군대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막상 일이 벌어지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어렵다.

 네트워크화가 미군을 지옥의 군대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가장 많은 돈을 쓰고 가장 많은 실전을 겪는 그들조차도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으며, 그걸 채우기 위해 오늘도 많은 돈을 쓴다. 그들이 스스로 느끼는 자신은 그게 필요한 군대인 것이다.

덧글

  • m1a1carbine 2014/01/04 10:07 # 답글

    간만에 재밌는 주제네요. 좀 생각 정리해서 답글 달아드릴께요.
  • m1a1carbine 2014/01/04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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