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누나를 사랑한다.(87) ㄴ소년은 누나를 사랑한다


“간밤에 소음 공해에 시달렸으니 알아차린 사람도 많겠지만, KG<엘리자베트>가 테모르필 가는 길목에 있는 적들과 마주쳐서 제대로 한 방 먹인 모양이다. 어제 먼저 지나갔던 녀석들, 그러니까 KG<엘리자베트> Ia가 지휘하는 부대로군. 별다른 피해 없이, 사단 포병 지원을 활용해가면서 적 전차 2개 중대와 대전차포, 보병들로 구성된 지연부대를 물리쳤다.”
눈에 핏발이 선 일리야 중령은 졸린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래도 빠뜨리는 내용 없이 상황을 전파하고 있었다.
“죽을 뻔 했네, 너.”
라이넬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속삭였다.
“...그러게요.”
대대장도 등골이 서늘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

어제 우리 소대가 줄리오 중위의 중대와 함께 사단의 선두에 서기 전, 공군은 나름대로 진행 경로를 정찰하고 행군대형으로 이동 중인 보병들 말고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사단 본부에 연락한 모양이었다.
물론 사단 사령부는 이런 산림 지형에서는 항공 정찰의 유용성이 반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군에서 일러주는 말만 믿고서 수색대대 앞에 보병들만 있을 거라는 낙관적 예측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대대장은 5식 고속전투전차를 주축으로 한 KG<엘리자베트>가 수색대대 위치를 초월하자마자 곧바로 우리에게 정지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때마침 줄리오 중위의 기병들이 기동하는 적 전차들을 발견한 직후이기도 했고.
그리고 사단 사령부의 예상대로, 초월 전진한 KG<엘리자베트>는 전차 2개 중대를 포함한 상당한 규모의 적과 마주친 것이었다. 만약 줄리오 중위와 내가 계속 전진했다면, 그 녀석들은 깊숙이 들어온 우리를 공격해 왔을 것이고, 결과는...뭐. 말할 필요도 없겠지? 우리 소대는 나와 알데인 소위를 공격해 왔던 기병들 꼴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생각난 김에 알데인 소위 쪽을 바라보니, 마침 그녀도 나를 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짐짓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우리 대대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 기분은 확실히 괜찮아진 모양이네. 다행인가? 모르겠다.
“여기까지 들었다면 알겠지만, 이 앞으로는 우리보다는 5식 고속전투전차를 앞세우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설령 우리 대대가 빠르게 보급을 받고 앞서 전진할 수 있었다고 쳐도, 간밤에 박살난 녀석들과 정면에서 마주쳤으면 KG<엘리자베트>보다 잘 싸울 수는 없었을 거란 건 당연하니까.”
거기까지 말한 일리야 중령은 짜증이 난 듯 혀를 찼다.
“그러므로, 약해빠진 우리 대대는 괜히 물자를 낭비하지 말고, 천천히 뒤따라가며 테모르필에서 오늘 하루 시간을 보내면 된다. 아마도 다음 전투임무는 마씨니에서나 받을 수 있겠지.”
으음. 71톤 전차가 처음 등장한 A11 요새전투 이래로 점점 두드러지는 우리 장갑차의 성능 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니 일리야 중령으로서는 참으로 우울한 이야기일 것이다. 본연의 임무인 수색에서 밀려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 전역 들어서 죽을 고비를 자꾸 마주하는 내 입장에서는 선두에 설 일이 없다는 것은 나쁠 것 없는 이야기다. 일리야 중령에겐 미안하지만 말이지.
“우리가 테모르필로 가는 길목에는 이렇다 할 우회로도 없으니 딱히 우회해서 뭘 할 여지도 없다. 줄리오 중위네 말들이 굶지 않았다면, 기병으로 험로를 통과해 적 퇴로를 차단해 두는 수도 있겠지만... 안 되겠지, 역시?”
“...네. 말들이 많이 지쳤습니다.”
“말먹이는 당연히 없고 해서, 사단에 당근이나 뭐나 말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좀 보내달라고는 했는데...양이 많지는 않을 것 같더군. 그래도 급한 불을 끄는 정도는 되겠지.”
사단 전체가 당근이라곤 없는 식사를 하게 되겠네.(...) 뭐, 사람이 당근 못 먹는다고 죽지는 않으니까.
“네.”
아틀리아 국경경비대 간부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지쳐서인 걸까, 아니면 필요할 때 역할을 못한다고 자책하는 걸까? 앞서 이야기했듯, 그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니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무튼, 5식 고속전투전차를 앞세운 KG<엘리자베트>가 앞에서 적을 도맡아 상대하는 이상 우리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현실이 변할 일은 없었다. 마더Marder 정찰장갑차가 5식보다 나은 것은 빠른 발과 지구력, 낮은 정비소요 뿐이고, 그것들은 이런 지형에서 적과 마주치는 입장에서는 크게 도움이 될 것이 없는 요소들이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5식에게 일을 맡기고 뒤로 빠져 있는 것이 나았다.
우리가 5식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일단 어마어마한 화력 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산악엽병들이 따라붙어야 한다. 그런 지원을 받고도 격파당하는 차가 나올 것이다. 물론 5식도 산악 지형에서 전진하려면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생존성이 차이가 난다.
페기가 5식 전차를 부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어쩌면 대대장, 일리야 중령도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더는 최신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색대대의 임무’에는 맞지 않게 되어버린 것일까, 역시?
“그리고 지난밤에 아틀리아 국경경비대가 서쪽 통로를 개방했다. 그쪽도 격전 끝에 적 지연병력을 몰아냈다더군. 밀려난 녀석들이 북상하면 테모르필 일대에서 버티는 녀석들과 합류하게 되겠지? 그래도 서쪽 통로가 개방된 덕분에 대대에서 수용하고 있던 중상자들을 브루노에 있는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1100시 전까지 사단에서 이송을 위한 차량을 지금 위치로 파견한다고 하니까, 1중대는 그들을 옮길 준비를 해두도록. 알츠 엠마, 이송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자는 있나?”
대대 마법지원반의 엠마 의무중위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대대장님.”
“그럼 좋다. 이걸로 상황 전달은 끝. 이후 별도의 명령이나 특이사항이 있을 때까지 각자 대공경계 및 무선대기. 이상.”

“2호차, 화기점검 끝났습니다!”
페기와 함께 1호차의 기관포를 1문씩 맡아 기능 점검을 하고나서 쉬고 있자니, 앤이 다가와서 화기점검을 마쳤다고 보고해왔다.
“수고했어, 앤. 음... 이젠 뭐하지?”
버지니아가 돌아다니면서 차체 점검을 감독했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현재 우리 소대 소속 차량이 가진 가장 심각한 문제는 1호차 후방 문이 열린 채라는 것뿐이었다.
“앉을 수 있을 때는 앉아 있으면 됩니다.”
버지니아가 해답을 내 준다. 설 수 있을 때 서고, 앉을 수 있을 때 앉고... 뭐 그런 이야기겠지.
“그럼 뭐. 대대장님 말씀대로 대공경계, 무선대기...네요.”
“그런 거죠.”

대대장의 상황 전파 이후에는 대체로 이런 분위기로 오전 시간이 흘러갔다. 주변 지역 경계는 아틀리아 기병 중대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우리가 수행할 필요가 없었고, 전투는 뭐, 저 앞에서 5식 고속전투전차를 장비한 KG<엘리자베트>에서 잘 해주고 있으니까.
“이러고 있어도 돼요?”
포탑에서 멍하게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 다가와 등을 쿡쿡 찔렀다. 목을 뒤로 젖혀서 누구인가 하고 보니, 한사코 후송을 거부하고 우리 차에 붙어서 따라오겠다며 고집을 피우던 알데인 소위였다. 팔에는 여전히 부목을 댄 상태였지만, 레미안의 치료를 받아서 나아가는 중이라 더 이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만 서두른다고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잖아요. 너무 마음이 앞서는 것 아니에요?”
“부인하지는 않을게요.”
“테모르필만 특별히 빨리 되찾아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설마 그 마을에 가족이라도 있는 걸까?
“그렇지는 않아요. 기마 순찰대 장거리 행군 훈련 때 딱 한 번 가본 곳이고. 그저...”
“그저?”
“...이 나라를 지키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일차적으로 그 임무에 실패했죠.”
알데인 소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장 눈치가 없는 인간도 그녀의 지금 표정을 보면, 깊은 분노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아틀리아 자유국 국경을 먼저 침범한 아타만 군에게 일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우리 공화국 육군이 이 나라의 국경을 먼저 넘었었더라면, 앞장서 나간 믿음직한 5식 고속전투전차들이 짓밟은 대상이 아타만 군이 아니라 아틀리아 국경경비대였더라면... 알데인 소위의 분노는 우리에게 향했을 테니까. 저 올곧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시려온다.

알데인은 좋은 사람이다.
알데인은 적 기병에게 쫓기면서도 짐짝인 나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뛰어내리려는 나를 말렸고, 결과적으로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알데인은 잘생기고 과묵한 줄리오 중위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상식을 잃지 않아서, 그가 유부남이라 애만 태울 뿐이다.
알데인은 짝사랑에 대해 나와 이러쿵저러쿵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녀에게 남자를 차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뭐 중요한 일은 아니다.
알데인은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낀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을 품은 군인이다. 나 같은 가짜에게조차 눈이 부실 정도로.
그리고 그런, 내 마음에 드는 좋은 사람인 알데인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적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태어난 곳이 다르고, 입은 제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바로 우리 군이 며칠 전까지도 하려고 하던 일이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나는 나 자신, 우리 군, 우리 조국을 혐오했을까, 아니면 그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인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유 뒤로 숨으려고 했을까?
“대공경계에에에!!”
“대공경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대공경보? 우리 공군이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이번 전역을 시작하고 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는데. 설마 여기까지 들어온 아타만 군 항공기가 있는 걸까?
“페기! 사격 대기! 알데인! 안으로 들어가요!”
“아타만 공군인가요?!”
“몰라요, 아직!”
단순히 아군기를 적으로 착각한 걸 수도 있지만.
“포탑 구동합니다!!”
-철컹-!!
-위이이잉-!!
시동을 걸 틈이 없어, 급하게 포탑 전원을 올린 페기가 연장포신을 북쪽 하늘로 지향하게 했다. 나는 급히 포탑 안으로 들어가 15mm 기관총을 장전해 사격 가능한 상태로 두었다. 페기가 무슨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아직 적기라는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고 다시 포탑 위로 올라왔다.
“뭐야, 아직 안 내려갔어요?”
그런데 포탑 위로 몸을 내미니 알데인 소위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아닌가? 만약 적기가 폭탄이라도 떨어뜨리면 어쩌려고 여기서 버티고 있는...
“...저거.”
알데인이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네?”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알데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저건...!”

그리 높은 고도는 아니었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왕복 엔진 따위로 나는 전투기가 아니었다. 역사 이전부터 모든 인류와 유사 인류에게 있어 동경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자들. 처음부터 완전해서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는 종족. 결코 검증할 수 없는, 과학자들의 악몽. 한 나라를 태워버릴 수 있는 불을 다루는 존재. 하늘의 주인. 살아있는 전설...얼마나 많은 수식어가 그들을 지칭해왔는지 일일이 셀 수 없다.
설마, 설마...진짜인가?
“드, 드라케...!”
나도 모르게 허리춤의 권총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 소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 , 일리야 중령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쏘지 마라!! 쏘지 마!! 전원 방아쇠에서 손 떼라!!”
대대장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래, 저건 인간의 기준이 통하는 존재가 아니지. 이 전쟁과는, 아니, 애초에 인간의 기준과는 상관이 없는...다른 법칙 위에 사는 자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권총으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과연, 드라케는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머리 위를 지나쳐 남쪽으로 향했다.
“정신 나간 짓들 하지 말고 포신 내려라!! 그냥 보내!! 네리아! 네 중대 챙겨!! 다 죽고 싶은 거냐!!”
일리야 중령은 대대를 돌아다니며, 대공 경계를 하고 있던 차량들을 두들겨 놀란 병사들을 진정하게 했다.
잠깐 자리를 비웠던 버지니아 중사도 그런 대대장을 보고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병사들이 드라케를 향해 대공사격을 하는 것을 막았다. 줄리오 중위도 놀란 말들을 부하들과 함께 수습하고 있는 것 같고. ...으으. 갑자기 부끄러워지는데. 나도 일단 장교 계급장을 달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나?
그런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저기, 알데인. 팔 좀...”
너무 꽉 잡고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는데...
“네? 응? 아아?... 앗!”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 팔에 바짝 매달려 있던 알데인 소위가 화들짝 놀란다.
“어, 어라? 나 왜. 어?”
알데인 소위는 얼굴을 붉히면서 내게서 떨어지려고 하는 듯 했지만, 어째서인지 내 팔을 붙잡는 힘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손의 떨림이 강해질 뿐.
“노, 놓을 수가 없...어요.”
나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아무 짓도 안하고 그냥 지나갔잖아요. 이제 안심해도...”
그렇게 말하며 달래려고 했는데, 알데인이 의외의 말을 했다.
“바, 방금 봤어요? 그 녀석, 우, 웃었어요. 절 보고.”
“웃었다고요?”
“그, 그렇다니까요?!”
그 거대한 파충류 비슷한 뭔가가 이쪽을 바라보며 웃는 장면을 상상해보려 했지만, 실물을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데 그런 표정까지 판별해내는 것이 가능할 턱이 없었다. 아무래도 알데인이 겁에 질려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싶었다.
“......”
그렇다곤 해도...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이 자리일까?
“앗...”
그렇게 생각하면서 알데인의 손을 잡아줬다.

드라케가 몰고 온 작은 공황은, 다행히 오래가지 않았다.

드라케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나 날아간 직후, 일리야 중령이 급히 사단 사령부 및 주변 부대들과 연락을 취했다. 지리 정보에 ‘테모르필 드라케’가 이 근처에서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의외인 상대였던 만큼 혼란이 일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드라케와 처음 조우한 것은 ‘티게르’, 그러니까 우릴 초월해 전진한 하넬 김 중위의 전차중대로, 그들이 처음 드라케와의 접촉을 보고했을 때 사단 참모부에서는 항공기를 오인한 것 아니냐며 쉽게 믿지 못했다. 하지만 KG<엘리자베트> 본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우리 대대, 또 우리 후방에 있는 산악엽병 대대 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드라케 목격 정보가 올라오자 사단 사령부에서는 그때서야 모든 예하 부대에 드라케 출현 소식을 전파했다.
만약 아타만 군 항공기 출현 보고였다면, 사단 사령부도 그보다 훨씬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을 것이었다. 아타만 공군의 공격 내지 아군의 오폭은 지휘관이나 참모들이 늘 신경을 쓰는 요소고, 따라서 일이 발생했을 때 올 게 왔다는 느낌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겠지만, 드라케는 아니었다. 근 100년 사이에 목격정보가 없었다. 너무 의외의 존재이다 보니 평소보다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눈앞에서 본 우리도 상대가 드라케라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할 정도였는데 사단 사령부는 오죽할까?
다행히도, 그 드라케는 최초로 마주친 5식 고속전투전차 중대 및 그들과 싸우던 아타만 군 저지부대에 약간의 마법을 쓴 것 말고는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남쪽으로 날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공황이 금방 수습된 것은 드라케가 그 외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덕이기도 했다.

만약 그 드라케가 공격을 해왔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니까 - 엄밀히 말하자면 피와 살도 아니지만 - 현대 병기 앞에 무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 살벌한 종족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역사시대에 접어들기 전부터 드라케는 그 강대한 마법 능력 때문에 모든 문화권에서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금의 미테란트 땅에 엘프 연맹왕국들이 생겨나기 전, 북쪽 지방에 뛰어난 문명을 이룩했던 고대 제국 하나가 있었다.
무난히 성장하고 있던 그 제국은, 남쪽의 숲 - 당시 ‘다른 종족’ 취급을 받던 엘프들이 살았다 - , 서쪽의 사막, 동쪽과 북쪽의 바다로 인해 더 이상의 확장이 불가능해지자 엉뚱한 곳으로 힘을 분출할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대륙 중앙에서 살던 드라케 중 가장 강력했던, 전설적인 붉은 드라케 ‘카 모르겐’(혹은 ‘모르가나’라고도 불리는)을 정벌하겠다는 계획이 입안되었고, 군대가 동원되었다. 정벌군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하나 보고 있던 카 모르겐의 심기를 건드린 끝에 전멸했고, 제국은 당시 중요한 무역항이었던 해안의 대도시 하나가 통째로 불바다가 되는 대참사를 겪어야만 했다.
‘카 모르겐’은 무슨 재주를 썼는지 도시 인근의 휴화산을 분화하게 만들었다. 도시를 용암과 화산재로 덮어버리고, 노선을 타고 도망가는 고대 제국인들의 머리 위를 날면서 무작위로 한 척씩, 직접 불태워 총 20척을 가라앉혀 버렸다.
참고로 남은 30여 척이 불타지 않은 것은 한 소년 노예가 스스로를 희생해서 ‘카 모르겐’을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는데, 제국의 공식 역사서에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설화나 야사집, 다수의 개인 기록 등에서 그 소년 노예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을 거라 믿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뭐, ‘카 모르겐’ 자신이 그 뒤로 기나긴 세월을 더 살았으니 진실을 알고 있었겠지만, ‘그녀’에게 그날의 일을 물어본 인간은 공식적으론 없었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 나서도 드라케들의 심기를 거슬러 새삼스러운 교훈을 얻은 얼간이 왕들이 있었지만, 중상주의 시대에 접어들며 그런 일은 없어졌다. 당시의 정치이론가들이 드라케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을 부국강병 달성 조건 중의 하나로 제시했던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뭐, 그 전 시대부터 ‘왕이 미치면 드라케를 토벌하려 한다.’라는 경구가 있을 정도였으니,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과학이 발달한 지금에 이르러선, 현대 병기 대 드라케 전투력 비교라는 호사가들의 놀이가 곧잘 잡지에 실리곤 하곤 했지만, 진지하게 따져보자면 실상 인간들이 드라케에게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성체인 드라케가 인간들에게 유감을 품고 공격을 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러쿵저러쿵 할 필요 없이 인간 모습을 한 채 인간 사회로 스며들어 몇 가지 마법을 쓰기만 해도 된다. 실종자 수색 구조 작전에서 레미안이 보여줬던 마법 정도면 되려나? 인간들끼리 싸워 나라 절반은 날아가겠지, 아마. 그게 귀찮으면 ‘카 모르겐’이 했던 것처럼 자연 재해를 유도해도 되고.

만약 적대적이지 않은 드라케를, 현대 국가가 기계화된 지상군 및 공군을 써서 주도면밀하게 몰아넣는다면 어찌어찌 하나나 둘 정도를 살해할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드라케들이 그 공격의 사유가 드라케라는 종 자체에 대한 적대라고 판단하면 일제히 휴면을 마치고 일어나 보복을 가해올 가능성이 있었다.
‘알려진’ 개체 수만 200이 넘는데, 그들 대부분이 ‘카 모르겐’ 수준의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면 인간 문명이 무슨 꼴이 될 것인지는 명백했다. 그 파괴적인 결과를 감수하고서 그들을 공격하려는 멍청한 위정자는 근대 이후로는 없었다.
역으로 드라케들이 인간들에게 행패를 부려서 타도 대상이었냐 하면 그런 건 또 아니었다. 그저 험준한 곳에 둥지를 차리고 자신들의 취미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고, 인간들과 식량을 두고 경쟁관계도 아니었다.
성격도 괜찮았다. 드라케들은 근면성실이라는 미덕을 결여했다는 것만 제외하면 여러모로 인간들보다 나아서, 그들 쪽에서 먼저 우리를 건드리는 일도 거의 없어, 충돌이 없었던 기간은 이미 수백 년에 달했다.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그런 ‘건드려선 안 되는 자’, 드라케가 나타났을 때 일리야 중령이 내린 지시는 현명했다는 것, 그리고 알데인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반응이 동질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은 말해둬야 하겠다.
“봤어, 봤어?! 그 긴 꼬리!!”
“응! 너무 귀여웠어!! 사진이라도 찍어 놨어야 하는 건데!!”
“...집에서 키우지 그래, 아예.”
3소대 애들은 왜 저럴까.(...)
“아인, 아인! 너도 드라케 봤어?”
흥분한 건지 목소리가 높아진 라이넬이 손을 흔들면서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 라이넬... 당연히 봤죠. 아무 일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와, 나 진짜 드라케는 처음 봤어! 이리로 와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와주지 않을까 기대했다니! ‘날 죽이러 와요, 드라케!’나 뭐 그런 건가?(...) 아무래도 3소대에서 드라케가 귀여우니 어쩌니 하는 건 소대장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라이넬.”
“응?”
기가 막혀서 물었다.
“전차 격파장에 드라케 격파, 아니 사냥 기장도 추가하시려고 그래요?”
라이넬은 자신의 군복 소매를 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거 괜찮겠는데.”
호빗들의 키와 담력은 반비례하는 것일까?
“저기, 라이넬은 내 존경하는 선배일 거예요. 드라케 이빨 사이에 끼어있어도.”
“이 녀석, 하하하!”
“하하하!”
물론 ‘아인’은 라이넬의 친한 후배일 것이다. 그녀의 팔뚝에 목이 졸리고 있긴 해도.(...)
“...잘못했습니다. 놔 주세요...”
“그건 그렇고 아인. 그 녀석은 왜 남쪽으로 갔을까?”
라이넬이 내 목을 감은 팔을 풀지 않은 채 묻자, 주변에서 시선이 쏠렸다. 그러고 보니, 다들 드라케를 처음 본 탓에 흥분해서 녀석이 ‘왜’ 날아갔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 일대 지리정보에서는 소위 ‘테모르필 드라케’가 동면중이라고 했거든? 그걸 앞서간 애들이나 아니면 아타만 애들이 깨웠다는 거잖아.”
“...깨고 나서 곧바로 남쪽으로 간 거네요.”
“그렇지. 남쪽에 있는 건 우리 공화국 영토고.”
일순 정적.
“어쩌지? 쫓아가야 하나?”
이건 라이넬.
“날아다니잖아요. 조금만 더 있으면 우리 사단 주둔지 위를 지나고 있을 녀석인데, 지금 우리가 가봤자...”
이건 나.
“뭐해? 소대장이란 것들이 군심을 추스를 생각은 안하고.”
이건 레오니...레오니?! 놀라서 돌아보니 어느 틈에 나타난 레오니 소위가 한심하다는 듯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오니의 엄격함에 대해 잘 아는 나는 당황해서 라이넬을 내 목에서 떼어내려고 했지만, 라이넬은 내가 곤란해 하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일부러 내 목을 감고 등 뒤에 매달렸다.
“켁, 라, 라이넬!”
“저기 레오니. 그 드라케는 뭐 하러 남쪽으로 내려간 걸까?”
라이넬은 내 항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레오니에게 물었다.
“알 게 뭐야? 남자친구라도 만나러 갔을지도 모르지.”
레오니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그 거대한 생물에게 남자친구라. 그야 지리정보에 ‘테모르필 드라케’가 여성이라고 되어 있긴 했지만, 말이 되나?
“뭐, 드라케들이 그렇게 분별없고 제멋대로인 녀석들이라면 우리 족속들은 옛날에 멸종당했을 거야. 그러니 우린 그 깜장 도마뱀이 뭘 하든 말든, 전쟁이나 하면 돼. 아인 너도 라이넬 장난 좀 그만 받아줘. 병사들이 보고 있다고?”
“아야.”
지극히 상식적인 말로 들뜬 분위기를 정리한 레오니는, 내게 핀잔을 주면서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부우우우웅-!
-퍼엉-!! 퍼펑-!!
레오니가 말한 대로 남쪽으로 날아간 드라케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지, 시간이 좀 지나자 우리 편 급강하폭격기들이 떼를 지어 테모르필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앞서나간 부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이리라.
그때쯤 해서 드라케 사태(?) 때문에 늘어져 있던 우리 대대도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레미안은 부상자들을 돌보기 위해 또 다시 1중대 06호차로 갔다. 잠이야 아는 사람들이라 편한 우리 차에서 잤지만. 뭐, 의사니까.
알데인은 여전히 우리 차 보병 탑승 공간에 있었다. 어제 저녁에 레미안이 팔을 봐준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움직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아직 팔을 풀지는 않았지만.
줄리오 중위의 기마 순찰대 1개 중대는 아침에 어마어마한 양의 당근더미를 받았다. 물론 말들이 먹는 양을 생각하자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꼬박 하루 넘게 굶은 말들의 허기를 달랠 수는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속도를 낼 수는 없었기에, 그들의 전투력은 최상이라곤 할 수 없었다.
잘 싸운 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현 상태대로라면 전역을 시작할 때처럼 산악엽병들을 태우고 다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말들은 현대전장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섬세한 생물이었다. 이제 못 어울려주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을 우리 인간들만 모르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중대망에서 네리아 중위가 상황 전파를 한다.
[마더 06에서 마더 00에. 앞서나간 KG 엘리자베트가 71톤 전차와 교전했다는 연락입니다.]
“여기 마더 20, 71톤 전차입니까?”
추적하면서 마주친 궤도자국 중에 그렇게 덩치 큰 녀석의 것이 있었다면 우리가 못 봤을 리가 없는데...
[그렇습니다. 그밖에도 몇 대의 코멧이 확인됐는데, 아무래도 다른 축선에서 이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축선이면 아틀리아 자유국 주력이 고생하며 추격하고 있다던 서쪽 축선 이야기이리라.
[여기 마더 10! 분산해 퇴각하던 적들이 합류했다는 의미입니까?]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군요. 서쪽에서는 쉽게 발목을 잡진 못했던 모양이니.]
적 산악사단에 배속됐던 전차들 중 살아남은 71톤 전차들은 거의가 그쪽으로 퇴각했던 모양이었다. 그 때문인지 우리 쪽에는 다행히 코멧 뿐이었지만.
[다행히 KG 엘리자베트 쪽이 먼저 마주친 덕에 우리가 녀석들과 정면으로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까 71톤 전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길 바랍니다. 이상.]
[마더 10, 수신완료.]
“마더 20, 수신완료!”
[마더 30, 알겠습니다!]
곧바로 소대망으로 전환해 앤의 2호차에도 상황을 전파했다.
“여기 하나, KG 엘리자베트가 교전 중 71톤 전차와 조우했다 하니 주지하고 있도록, 이상.”
[여기 둘! 그놈들 아직도 남았나 보군요.]
“그러게. 그 무거운 걸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 온 건지 모르겠군.”
나도 얼떨결에 참가했었던 A11 요새진지 전투, 그 전투 후에 노획한 71톤 전차를 조사한 육군 병기국에서 가장 혹독한 평가를 내린 부분은 기동성이었다고 한다. 기갑차량의 가장 근본이 되는 현가장치의 성능이 좋지 못한데 중량은 무거워 움직임이 둔하기 짝이 없어서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런 걸 끌고 산악 지대에서 강력한 역습을 가하고, 또 그걸 가지고 여기까지 후퇴했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5식 전투전차의 포탄을 튕겨내는 포탑, 그리고 5식 고속전투전차건 정찰장갑차건 평등하게 날려버리는 165mm 주포의 위력은... 그들이 그만한 고생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들이 71톤 전차를 동원하지 않았더라면 40mm 주포와 125mm 단포신 곡사포를 장착한 코멧만 가지고 75mm 주포를 가진 4식 전투전차, 그리고 신형 5식 고속전투전차를 맞상대하게 됐을 것이고, 일이 그렇게 흘러갔다면 우리 2임시산악사단의 피해는 경미한 수준에서 그쳤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그들이 71톤 전차를 역습에 동원하지 않고 자치령 쪽에 두었더라면 지금 동쪽에서 전진하는 강하엽병군단과 기동부대들이 그들과 마주했을 것이다. 5식 고속전투전차도 없으니 좀 더 고생스러웠겠지? 조공인 우리 군단이 그 공세를 뒤집어쓴 것도 큰 그림에서 보자면 나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전역의 근본 목적은 회랑이 아니라 자치령 전체에서 아타만 군을 몰아내는 거였으니까.

“...대단해...!”
상부 해치를 열고 주변을 둘러보던 알데인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나도 새삼스럽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지금 우리 대대가 지나고 있는 곳은 전날 밤 KG<엘리자베트> 소속의 2개 전차중대가 아타만 군 저지부대와 정면으로 대결을 벌인 곳이었다. 전개를 마친 사단 포병의 화력 지원까지 받는 신형 전차들 앞에서 상대는 철저히 유린당한 모양이었다. 구멍이 뚫린 채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는 코멧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대전차포 진지나 기관총 진지들은 포격을 뒤집어썼는지 처참하게 헤집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아타만 군 병사들의 시신과 핏자국들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알데인은 이렇게 많은 전차들이 부서져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이 처음이겠군. 나는 이번이 세 번째지만.
[아주 날려버렸군요.]
“그야. 5식 대 코멧이면 결과가 분명한 승부잖아.”
[이러다가 우리 차는 병력수송 장갑차로 격하되는 거 아닐까요?]
“뭐, 그때는 적 전차에 대항한다는 임무를 해제하겠지?”
아니면 또 다른 차륜형 장갑차가 등장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전차를 받든가. 그런데 내가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겠구나.
아무튼 그런 분위기로 한 시간 정도 더 전진하니 이번에는 방호전차 세 대와 거기 딸린 병사들이 어쩐지 매우 의기소침해진 아타만 군 병사들을 포로로 잡고 앉혀놓은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그 근처로 해서 코멧 여러 대가 격파되어서 나뒹굴고 있었다. 별로 특이할 것 없을 광경이었지만, 포로로 잡혀 있는 아타만 군 병사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뭔가 이상했다. 멍청하게 하늘만 보는 사람,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사람, 그냥 철퍼덕 누워 있는 사람... 공통점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 이 녀석들은 어째 세상 다 끝난 표정을 하고 있군요.]
버지니아의 눈에도 이상해 보였는지, 차내 통신으로 내게 그런 말을 했다.
“그러게요. 싸움에 진 게 분해서 그럴까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으음... 뭔가 설명하기 어렵군요.]
흐음... 하여간, 정체를 숨기고는 있지만 같은 남자인 나로서는 그들의 그런 모습이 영 좋게 보이지 않았다. 세상 다 끝난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비통해 하는 걸까?

덧글

  • 마아가림 2015/07/07 23:31 # 답글

    테르모필에서 있었던 "어떤 일"을 들키겠군요;;
  • Artz알츠Mari마리 2015/07/08 18:34 #

    아니, 그건 어차피 알게 되는 거고... 마지막에 있는 애들은 프레이가 고자로 만든 애들입니다.
  • 마아가림 2015/07/07 23:31 # 답글

    유나가 땅땅따리 땅땅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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