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s Sprechchor


소년은 누나를 사랑한다.(98) ㄴ소년은 누나를 사랑한다

-똑-!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잠들어 있다가, 아니 기절해 있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눈을 떴음에도 한동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으음...”
여기가 어디지?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풍경은 확실히 다소 화려한 장식이 있던 침실이었는데. 주변은 어두웠지만 그래도 조명은 있는지 희미하게나마 어떤 곳에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붉은 벽돌, 바닥에 고여서 일렁이는 물웅덩이, 그리고... 어떻게 봐도 사람을 가둬놓기 위한 방의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쇳덩어리. 어떻게 아느냐고? 아니 그게 어떻게 봐도 나 감옥이요 하고 써놓은 것처럼 생긴 문이니까.
“...나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입고 있는 옷은 여전히 군복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일부러 갈아입지 않고 잤으니까. 뭐 이젠 일상이니 참고 사는 거지만...아차. 누가 됐든 나를 여기로 끌고 온 사람은 내 몸에 손을 댔다는 건데. 나 그렇게 깊이 잠들었던 건가??
일단 몸을 살폈다. 옷을 벗긴 흔적은 없고, 소지품은... 레오니에게 받은 권총...권총집은 있지만 권총은 없구나. 덤으로 장교 수첩도 없어졌다. 수첩이야 그렇다 쳐도 권총은 레나 무어 하사의 유품인데 잃어버리다니.
“젠장...”
나를 납치한 자, 혹은 자들은 나를 묶어두거나 하진 않았다. 무장을 빼앗고 가둬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건가?
...자고 일어나니 감옥 안이라니. 너무 상황이 갑작스러워서 판단이 서질 않는다. 지금 난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 아, 맞다. 그것보다 내가 이렇게 되어 있다는 건... 엘레노아와 루크레티아 양은 괜찮은가?? 젠장. 난 일단 루크레티아 양을 지키는 역할이기도 한데!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구 없냐고 소리를 칠까 하다가, 달갑지 못한 사태를 앞당겨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이 떠올라 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서다가...
-물컹-
“힉-?!”
뭔가 물컹하고 차가운 것이 발에 밟히는 통에 넘어질 뻔했다.
“으윽...”
신음소리였다. 어두워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바닥에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어, 어이. 괜찮아요?”
어두운 방 안에서 몸을 숙여 아래쪽을 더듬어 보니, 사람의 상반신이다 싶은 곳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좁은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손등을 간질인다. 여자...인가?
“...누, 누구세요...?”
엘레노아나 루크레티아 양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레미안과 비슷하게 동부 억양이 느껴지는 공화국 공용어.
“전... 아니, 그것보다 당신은 누구고,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이름을 먼저 밝히려다가, 조금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쪽에서 먼저 되물었다.
“......”
너무 조심한 건가? 상대의 경계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하아...”
-덜컹-
한숨을 쉬고는 원래 하려고 했던 대로 문 쪽으로 가서 열려고 해봤지만, 당연하게도 굳게 잠겨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 바깥쪽을 살폈지만 따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묶지도 않고 가둬놓은 주제에 감시조차 없다니, 어설픈 건지 아니면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 확신하는 건지?

문제는 탈출에 도움이 될 물건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었다. 머리핀은 하지도 않았지만, 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 문을 여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걸로 문을 따본 경험이 없다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 문 자체가 안에서 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쿵- 덜걱-!
문에 몸을 세게 부딪쳐 보니, 바깥쪽에서 뭔가 흔들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아무래도 바깥쪽에서 자물쇠로 잠가둔 매우 단순한 문인 것 같았다. 누군가가 열어주기 전에는 나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젠장, 어째서 이렇게 밀실탈출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건지 감도 안 온다.
“쯧.”
문을 이리저리 더듬어도 보고, 어두운 방 안쪽을 구석구석 살펴보기도 했지만 방을 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 결국 이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인가? 나를 가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 혹은...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마도 아틀리아 공화국 내에 있을 이 곳에서) 공화국 공용어를 쓰는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눠 현 상황에 대한 단서를 얻는 것.
“...전 아니타 벨이라고 해요. 당신은?”
다행인지 뭔지, 나를 잔뜩 경계하는 기색이던 여자아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마도 내가 이 방 곳곳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제 이름은 아인 베리 에스코터. 미테란트 육군 소위입니다.”
대화를 이어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내 쪽에서도 들었기 때문에, 잠깐 가명을 댈까 고민하다가 이윽고 나는 군복을 입었고, 그 군복에는 아인의 이름이 버젓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선 결국 ‘본명’을 댔다.
“미, 미테란트 공화국 말씀이신가요?”
“네.”
상대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는지, 조금 놀라는 기색이었다. 흐음... 어둡지만 않았어도 놀라는 것인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 다행이네요!! 저, 저는 제노바에 있는 동부주 합성섬유 수출공사 소속 직원이에요!”
엥?
“수출...공사요?”
“네!! 계약 건으로 주임님과 외출하는 길에 붙잡혔어요!!”
어느 정도는 의심이 걷혔다. 타국에서, 그것도 이런 뜻밖의 상황에서 그래도 낯익은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니 조금, 아주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루크레티아 양도 이야기했었다. 무역업체를 통해서 줄리오 중위와의 인맥을 찾아보려고도 했었다고. 그 말인즉슨, 이 도시에 공화국 기업인들이 어느 정도는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다. 이 아니타 벨 씨도 그 중 한 명이겠지?
“누가 당신을 여기로 잡아온 거죠?”
“그게...모르겠어요. 누군가 뒤에서 불러서 돌아보는 순간 정신을 잃어서.”
“모르시는 거군요...”

참고로 잠자리에 들기 전 상황은 대충 이러했다.

“저기...정말 사흘 동안 대접받고 일을 진행하실 생각이신가요?”
지난해 겨울 이후 줄곧 여자들하고만 지낸 나였지만, 아틀리아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경험은 어째 몇 배는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녀들이 복장이 상대적으로 수수한 엘레노아, 혹은 단순한 정장을 입은 루크레티아 양보다는 내게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통에 더 그랬다. 이런 모임이 사흘을 이어진다면 정말 힘들 것 같은데. 애초에 내가 주가 되어서 진행하는 일이라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곳에서의 임무는 결국 루크레티아 양이 주고 나는 연결고리로 온 것일 뿐이니 그런 관심을 감당하고픈 의욕도 없고 말이지.
“글쎄요.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봐야 하겠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글쎄요.”
“...그럼 아닌가요?”
“으음, 글쎄요.”
나도 모르게 살짝 화가 나려 했지만, 같은 말이 두 번 이상 반복되는 걸 듣고 알아차렸다. 우리를 쉴 방으로 안내하고 있는 나이든 사용인을 의식해서 일부러 모호한 말만 하고 있구나 하고. 그래서 묻기를 그만두었는데...
“정말 사흘 동안 있는 건가요?”
뒤에서 따라오던 엘레노아가 내 귀에 대고 살짝 묻는다.
“...글쎄요.”
하아. 황당한 표정 짓지 마, 엘레노아. 대장이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니, 대답해줄 말이 이것 외에 뭐가 있으랴.

“와...”
우리가 안내받은 곳은 사치스럽다고까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꽤나 호화로운 편인 손님용 방으로, 엘레노아와 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우리만 여기서 자면 죄 받을 것 같아요.”
첼트반, 혹은 장갑차에서 자고 있을 소대원들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엘레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데굴데굴 굴러다녀도 한참을 구를 것 같은 넓은 방 안에, 침대는 일부러 우리 인원수에 맞춰뒀는지 세 개가 있었다. 그 침대는 마치 옛날 동화에 나오는 왕실 침대처럼 지붕을 얹어놔서 거길 통해 얇은 커튼을 드리우고 있었는데, 태어나서 직접 본 중에 가장 호화로운 침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히 내가 저 위에 몸을 뉘어도 될까 막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소위님. 저 저기서 자면 다시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해.”
누추한 곳에서 자는 일에 익숙해진 진짜 군인과 어쩌다보니 그 처지와 비슷해진 가짜 군인 하나가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으려니, 루크레티아 양이 뒤에서 등을 살짝 밀었다.
“하지만 바닥에서 잘 순 없잖아요? 두 사람, 짐은 가운데다 놔두고 잘 준비를 하죠?”
“참, 경계는 어떻게...?”
이 친절한 아틀리아 사람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루크레티아 양의 가방 안에는 중요한 서류 같은 게 있을 텐데. 하지만 루크레티아 양의 말은 기대를 배신했다.
“그렇게 중요한 기밀 서류는 애초에 가져오지 않았어요.”
“네?”
“아까 그런 것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라면 애초에 안 가져오는 게 정답이니까요.”
“...그런 거라니요?”
의미를 몰라 물으니, 루크레티아 양은 살짝 웃으면서 말하려고 했다.
“눈치 못 챘나요? 아까 그 연합왕국 상단에서 왔다는 여성 분 말이죠, 실은...”
-덜커덕-
“방은 마음에 드시나요?”
루크레티아 양이 하려던 말은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마가레타 씨 때문에 끊어졌다.
“누추하다고 말을 하면 지나친 겸양이려나요?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나 궁금해서 와봤어요.”
“이런 곳에서도 불편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뻔뻔한 사람이겠지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런데...”

마가레타 씨의 말투나 행동거지가 낮과 조금 다르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루크레티아 양은 결국 잠들지 못하고 마가레타 씨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녀는 그 시간부터 새벽까지 방 안에 있는 칸막이 너머에서 마가레타 씨와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는데, 주제는 대개 미테란트에서의 생활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럼 루크레티아 씨도 군에 계셨던 거로군요! 어쩜. 전투에도 나서신 건가요? 가끔 들리는 소식에는 미테란트 공화국이 아타만 제국군이나 라스니아 공화국과 몇 차례 싸움을 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전선에 나간 적이 없답니다. 수도에서 행정업무를 보고 있었으니까요. 전투를 겪은 건 저기 있는 아인 베리 에스코터 소위지요.”
“네. 저도 저분이 이번 전쟁 중에 남편의 부대와 같이 다녔다고 들었답니다. 어떤 사람인지 물으니 배려심이 깊은 군인이라고 하더군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던 나는 난데없이 내 쪽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의 초점을 느끼곤 애매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우수한 군인이 아니라 배려심이 깊은 군인이라니. 줄리오 중위가 보기에 군인으로는 영 아니다 싶었던 걸까? 아니면 무심중에 내가 진짜 군인이 아니라서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 건지도.
내 애매한 웃음에 마주 웃어준 마가레타 씨는 갑자기 한숨을 쉬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부럽네요, 정말. 저는 남편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조마조마하게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데.”
나뿐만 아니라 루크레티아 양까지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 기가 막힌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군인 대부분이 여성인 공화국의 사정과 너무 다른 이야기라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였다.
“늘 궁금했어요. 미테란트 여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남자들 일에 용감하게 나설 수 있는 거죠? 외교도, 정치도, 전쟁도...”
“글쎄요...”
루크레티아 양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나와 엘레노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짜 여자도 아닌데 갑자기 그런 시선을 받아도 곤란했기에, 나는 나대로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법이니.
“에, 저요?”
약간 짧은 이불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덮을까 고민하고 있던 엘레노아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조금 놀라는 것 같았지만 별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별로 대단한 동기가 있는 건 아니에요. 음... 전 같은 대대에 있는 니케와 친구였어요.”
아아. 역시 그랬구나. 두 사람이 친하게 같이 다니는 건 부대 영내에서도 자주 봤지만, 어릴 적부터 친구였을 줄이야.
“니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었거든요. 제 언니가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일을 해서, 학교를 마치고 이따금 찾아갔었어요. 거기서 가끔 일도 돕고, 운전대도 잡아보고 하다가... 학교를 마치고 난 뒤에는 차를 모는 일을 하고 싶어졌죠. 아시다시피 미테란트 철도가 느리기로 유명하니까, 화물차를 운전하는 건 돈을 많이 받기도 하고.”
확실히, 물류를 시간에 맞춰 실수나 사고 없이 배달하는 운전수들은 벌이가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
“운수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기 차량을 정비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니케와 같이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같이 다니면서 교대로 운전도 하고, 졸리는 것 같으면 말동무도 되고, 번 돈은 반씩 나누고...”
전우와 함께 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생활이라. 꽤 낭만적이다. 하지만 엘레노아와 니케는 낭만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다만 아무 돈도 없이 시작할 수는 없잖아요? 방크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쳐도 조합에 등록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고, 차 값 외에도 돈을 써야하는 건 분명하니까... 그러자면 밑천이 필요했고, 또 처음부터 의뢰인들에게 신뢰를 쌓는 건 쉽지 않으니 내세울 경력이 필요했죠.”
“육군 운전병이면 충분하고도 남았겠네?”
“그야 십여 년씩 수송차를 몰고 다닌 사람들보다 낫다고는 못하겠지만... 아니, 차이가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자동차 발전 속도가 빨라서... 아무튼 정석으로 배웠기에 믿을 수 있다는 거죠. 아, 덤으로 교통사고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는 이유로 어느 정도 수당도 있고요. 둘이서 아껴 모으면 그럭저럭 일을 시작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님이... 그렇게 사는 걸 허락하신 건가요?”
마가레타 씨가 놀랐다는 얼굴을 하고선 물었다. 나와 엘레노아는 잠깐 눈을 마주쳤다가,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의미로 빤히 바라보았다.
“허락 같은 건 필요 없었어요.”
엘레노아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질문에 답했다.
“상담 정도는 했지만요. 애초에 허락이 필요한 일이 아닌 걸요?”
“딸이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하고 다니는 일을 하겠다는데도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건가요?”
“그건 어머니가 간섭할 일이 아니니까 그런 건데...이게 나쁜 일인 것도 아니잖아요?”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무엇 때문에 마가레타 씨가 저렇게 추궁하듯이 물어보는 걸까 싶어 넌지시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에요. 미테란트는 아틀리아 자유국이 아니죠... 놀라서 그걸 깜빡했네요.”

잠깐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곧 ‘아인’의 이야기도 물었고, 나는 아인이 어떤 이유로 장교가 되었는지를 알고 있는대로 이야기했다. 루크레티아 양은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줬다.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마가레타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전 딸로 태어날 때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가 정해져 있었어요. 제 결혼 전의 성은 데 로시. 지금은 수복된 아틀리아 자치령의 아피아에 있는 가문이랍니다.”
아틀리아 자치령에 사는 사람들이 아틀리아 자유국으로 넘어와 혼인을 맺는 것도 가능했던 거로군.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아타만 식민당국은 자치령에 있던 대가들을 잘 대우해줬지만, 딱 하나, 여성들을 위한 교육 기관은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고, 대가의 딸들이라도 정식으로 교육하는 건 허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치령에서 돈이 있는 집안들은, 그럴 필요가 있다면 말이지만, 딸들을 이곳 아틀리아 자유국에 있는 바젤로 유학을 보내곤 했죠. 바젤에는 상류층을 위한 교육기관이 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일곱 살 때부터는 집에서 가정교사에게 배우고, 열네 살 때 바젤로 가서 여성들의 교양을 배웠고, 열일곱 살 때... 어머니가 찾아오셔서는 혼담이 들어왔다고 하셨죠.”
“열일곱 살요?”
잘못 들었나 싶어 묻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대가의 딸들은 보통 그 정도면 약혼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뭐라고 해야 하나... 가임기이기도 하고.”
...가임기. 가임기라.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라 약간 당황했다. 그야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몸이 그렇게 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이르지 않나? 인생 길면 80까지도 사는데. 그런 건 근대 중기까지나 통하던... 아니, 아니다. 생각해보니 아틀리아 자유국은 산업 혁명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농업 중심의 국가다. 그걸 떠올리고 나니, 그녀가 엘레노아의 꿈을 듣고 놀라는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어, 그럼 그냥 결혼하기 위해 사는 거라는 이야기밖에 안되잖아요?”
“그런 거랑은 다르죠! 결혼 제도가 없는 미테란트에서는 이해를 못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결혼한다는 건 이 나라에서는 뭐라고 해야 하나... 제대로 자리를 잡고 사는 한 사람의 성인이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어요.”
“그런 요식 행위를 하고 하지 않고에 따라 성숙함의 척도가 결정된다면 그건 이상한 것 아닌가요?”
엘레노아는 자신의 삶의 방식이 제대로 된 성인의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느껴졌는지, 조금 불만이 있는 표정이었다.
“결혼을 하고도 원하는 삶을 살 수는 있답니다.”
“열일곱에 집안에서 정한 결혼을 하는 게 원하던 삶인 건가요?”
“그런 삶도 행복할 수 있는 거예요.”
“제게는...”

양쪽 다 무엇 때문인지 살짝 열이 올라, 이야기는 예상 외로 길어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내게 루크레티아 양은 고개를 슬쩍 내밀고는 그냥 자라는 사인을 보냈고, 편하게 자기는 글렀구나 싶으면서도 갑자기 말을 타서 그런지 몸이 영 피곤했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자 싶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된 건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 둘 다 왜 여기에 잡혀 왔는지는 모르는 셈이네요. 후...”
“그, 그런....”
나도 모르겠다 싶어 한숨을 쉬니,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긴, 자기가 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싶을 테지.
“뭐, 곧 알게 되겠지요. 아마도...”
누가, 언제, 왜 우리를, ‘어디로’ 잡아왔는지 조금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냥 잡아놓거나 굶겨 죽이려고 데려온 게 아닌 이상에야 언젠가 납치범은 모습을 드러낼 게 분명하다. 그때가 되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되리라. 물론,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인이 당했을지도 모를 일을 내가 대신 당한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있으리라.
“다, 당신은 궁금하지도 않나요?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벨 씨가 조금 화가 난 기색으로 묻는다.
“궁금하죠.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지 않나요?”
“당신, 군인이잖아요! 지금 민간인인 저도 붙잡혀 있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할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 예, 예를 들면?”
내 입장에서는 그녀가 내게 화를 내는 것이 조금 뜻밖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힘이 빠졌는지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당신 임무 때문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렇다면 그거에 대해 제게 설명을 해주고, 함께 사태 파악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저는 그렇다 치고 당신은 왜 잡혀온 건지 설명이 안 되는데요?”
벨 씨는 잠깐 우물쭈물하더니, 곧 내 물음에 대답했다.
“저, 저는 민간인이니까. 혹시 우릴 잡아온 사람들이, 당신이 입을 열지 않는다면 저를 어떻게 해서 당신의 입을 열도록 만들려는 속셈 아닐까요?”
“아...”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네.
“그러니 지금이라도 빨리 이야기를 해서 저와 함께 대비라도 해두는 게 좋지 않나요? 어쩌면 제가 하던 일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뭘 이야기해야 할까, 그리고 이야기하면 그녀 말대로 대비를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난해하다. 가령 우리를 납치한 자의 목적이 정말로 루크레티아 양의 목적에 대해서 알아내는 거라고 한다면 말인데, 내가 루크레티아 양의 목적에 대해 그녀에게 이야기한다면, 겁먹은 그녀는 뭔가 당하기 전에 자신이 그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둘은 납치범들이 소기의 목적을 이뤄낸 이상 어딘가의 배수로에 던져져서 비참한 말로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지도 모른다. 험한 꼴을 보겠지만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것 아닌가.
덤으로 우리를 납치한 자의 목적이 루크레티아 양의 목적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말해봤자 전혀 소용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이야기다.
“......”
“저기요?”
내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침묵하고 있자, 벨 씨는 답답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거나 하던 그녀는, 이윽고 뭔가 결심한 듯 한숨을 쉬고는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아인 베리 에스코터 소위, 이건 당신이 살아나갈 마지막 기회에요.”
“...네?”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
“난 당신을 죽일 생각까진 없었기에 이런 귀찮은 방법을 썼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어중간하게 똑똑해서 대답을 하지 않는군요. 이대로라면 앞으로 5분 뒤에 ‘그’가 나타나 ‘다른 방식’으로 당신의 입을 열게 만들 거예요. 당연히, 살아나갈 가능성도 없어지겠죠.”
“어, 잠깐 그 말은...?”
“지금이라도 당신이 왜 여기 왔는지 말해요.”
범인과 한패냐?!
“읏...!”
황급히 몸을 일으켜 물러서려고 했지만, 그녀가 내 팔을 붙잡는 통에 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힘이 나보다 세다. 아인 정도로 센 게 아니라, 앤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세다. 아니, 어쩌면 앤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가 팔을 붙잡은 것 같은 단순한 자세인데도 팔을 흔들 수조차 없었다. 앤과 다른 점은... 차갑다는 것이었다. 빈말로도 따뜻하다고는 못할 창고인지 감옥인지에 몇 시간째 갇혀 있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손은 무척 차가웠다.
“당신 뭐야.”
“지금 질문하는 쪽은 제가 아니에요. 제가 누군지 안다면 당신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
하긴, 그녀의 정체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그녀가 내 목을 조르려고만 들어도 저항할 수단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손에 잡히는 무기도 없고, 다른 변수도 없는 이상 힘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나로서는 그녀를 제압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문이 닫혀 있는데 도망갈 수도 없고.
“망할...”
진퇴양난이다. 여기서 이 사람‘들’에게 죽는다면 내가 죽는 건 그렇다 치고 아인이 실종 내지 사망 처리된다. 그러면 아인이 돌아올 자리를 지키려던 내 노력은 완전히 수포가 되고 만다. 하지만 여기서 루크레티아 양의 임무에 대해 입을 연다면 그건 아인이 임무를 맡으며 알게 된 국가의 중요한 정보를 누설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도 용납할 수 없는 결과다.
“말 못한다면?”
그러자 그녀는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용감하다고 생각하나요? 실험해 볼 수도 있어요. 당신이 그저 제게서 페어(fair)의 냄새를 맡고 이렇게 버티는 건지, 아니면 정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하기로 작정한 용감한 군인인 건지를 말이죠.”
협박인가.
“나는 아는 게 없어... 정보를 알고 싶었다면 핵심 인물을 잡아왔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 일행의 편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걸까? 궁금해져서 슬쩍 떠보았다.
“당신은 당신이 수행해온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군요? 그녀가 그냥 얌전하게 생긴 공무원인 것 같나요?”
“무슨 소리지?”
“그녀를 잡아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신을 잡아온 거죠.”
뭐...?
“자, 일개 운전병은 아는 게 없을 거지만, 명색이 장교라면, 거기다가 이 제노바의 유력자와 전쟁터에서 인연을 쌓은 사람이라면 정말로 아는 게 없이 따라다니고 있는 걸까요?”
“......”
뭐, 그거야 그렇지.
그건 그렇고 이 여자, 벨...아니, 진짜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그녀는 우리 일행의 편성을 다 안다. 최소한 우리가 제노바에 왔을 때부터 감시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누구를 통해서 알게 된 걸까? 혹은, 이 여자와 직접 마주친 적이 있는 걸까?
이 도시에 들어선 뒤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
줄리오 펠리스 중위, 마가레타 펠리스 씨, 펠리스 저택에서 일하던 사람들, ‘주차장’에 있던 정비사들, 그리고 마가레타 펠리스 씨가 데려온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 한 명. 연합왕국 상단 소속이라던... 프리스티나라는 이름의 여성.
그중 어느 쪽이든 우리 일행의 편성이 알려질 만한 통로라면 이 정도일 것 같다. 제노바 시내에서 돌아다니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그녀는 ‘알려져서’ 오밤중에 몰래 우리 일행을 찾아왔다기보다는, 직접 본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 루크레티아 양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데서 그런 느낌이 든다.
정비사들이 있던 곳에는 여성이 없었으니 제외하고, 그렇다면 남는 것은 다과회에 있던 사람들인데... 당연히 가장 먼저 의심이 가는 사람은 프리스티나라는 그 연합왕국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성은 그녀와 인상착의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나는 그녀가 그 ‘프리스티나’일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그녀의, 어딘가 급한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은 언동이나 뭐 그런 점들. 바로 그런 점들이 낮에 보았던 프리스티나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한번 더 떠볼까? 아니, 아니다. 내가 틀린 거라면 의미가 없는 짓이고, 설령 맞다고 해도... 그 경우 정말로 여기서 살아나갈 가능성이 없어질 수가 있다. 그녀가 아직 ‘페어’하다면 계속 그 상태인 쪽이 낫다. 그럴 수 없게 만들면 결과는 좋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내 진짜 정체를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경우에는 그야말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죽여서 입막음을 해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최소한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필요한 걸 들을 때까지는 살려둘 이유가 있으니까. 역시 조심해야 한다.

“고민하고 있군요.”
“당연하지. 나도 목숨은 아깝거든. 전혀 모르는 일 때문에 붙잡혀서 죽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어.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일도 못하는 것들에게 당했다고 말이지.”
“.....”
“나도 제안을 하나 하지.”
“...뭐죠?”
“날 놓아줘. 난 아직 당신들이 누구인지도 몰라. 이 땅에서야 외국인이니까, 설령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더라도 사법기관이나 치안기관이 대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 사이 당신들은 증거나 흔적을 정리하고 숨어버리면 될 거고, 나는 나대로 전혀 모르는 상대에게 붙잡혀 있었다고 말하고 나면 부하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아까부터 당신 좋을 대로 말하고 있는데 말이죠...?”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야. 시체를 많이 치워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뒤처리하기 귀찮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문제의 소지 없이 끝내는 편이 낫지 않아?”
“......”
“고민하고 있군.”
아, 노려본다. 실수했나?
-덜컹-!!
“응?”
“이런...!”
그때 갑자기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날 여전히 붙잡고 있던 벨 씨...라고 자칭하는 정체불명의 여성은 곤란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누가 더 있다고 했었던가.
“기대주라도 역시 초짜는 초짜로구먼.”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턱수염을 기른 덩치 큰 중년 남자였다.
“미스터 브라운! 이 건은 제게 맡긴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자네는 이런 일을 맡기엔 아직 성격이 너무 급해. 보아하니 저 장교 아가씨가 도리어 자네를 심문하고 있으니 말이지.”
벨, 아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는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인가요?”
중년 남자는 내게 시선을 돌리더니,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 그렇게 생각해도 될 거요, 소위.”
겉만 봐서는 참으로 호감가게 나이든 중년 신사였다. 말투도 너무나 정중하고. 뭐 하는 사람일까. 일개 범죄자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결코 호의가 아니었다.
“저는 왜 여기에 잡혀와 있는 거죠?”
그는 담배를 하나 꺼내서 물더니 불을 붙였다. 눅눅한 방 안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나서, 그는 내 질문에 답했다.
“우리가 소위에게 가진 용건은 이미 거기 앉아 있는 신입이 설명해 줬을 거요.”
“그리고 전 아무 것도 모른다고 대답했고요.”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그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는 없지. 안 그렇소?”
그거야 그렇긴 하다만.
“원하는 대답을 맡겨놓기라도 했다는 투군요?”
담뱃재를 살짝 떤 남자는, 훅 하고 하얀 연기를 뱉어낸 뒤 내 말에 답했다.
“당신도 제복을 입고 있으니 알 거요. 당신의 계급장이란 것의 의미를. 그건 당신의 계급이 거기 맞는 과정을 거쳐서 얻은 거라는 말없는 증표지.”
아닌데요...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일단 참자. 남자는 말을 이었다.
“당신 같은 군인만이 아니오. 나 같은 사람도 나름대로 과정을 중요시하는 부분이라는 게 있소. 가령, 넘쳐나는 이야기들 중에서 쓸모가 있는 것을 골라내려면, 그 ‘이야기’가 어떤 경로로 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물론 이야기 자체만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얻어내서 하나부터 열까지 그 전모를 아느냐 아니냐 하는 것도 중요하고. 아무래도 그냥 가담항설 따윈 제대로 써먹을 거리가 안 되지.”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거죠?”
그의 눈가에 살짝 주름이 졌다. 정말 멋지게 늙었다 싶은 중년의 얼굴, 중년의 미소였다. 겉만 봐서는 말이다. 그는 그렇게 살짝 웃고는 다시 담배연기를 훅하고 내뱉는다.
“후... 당신이 지금 말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소리는 요컨대, 아직 ‘과정’을 덜 거쳐서 얻어진 소리란 이야기요. 검증이 되지 않아서 신뢰성이 없지. 가담항설보다는 아주 조금 낫지만.”
-덜컹-!
문이 다시 열리더니, 덩치가 앤만 한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양동이와 주전자, 그리고 무슨 천 조각 같은 것을 들고 나타났다.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거기 두게.”
남자들은 말없이 바닥에 양동이와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중년 ‘신사’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려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소. 내가 하는 일은 주로 그걸 확보하는 거지.”
“.....”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저 주전자를 쓰는 방법이 두어 가지 정도 떠오른다만, 그게 맞다면 그 어느 쪽도 당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원래라면 거기 우리 신입 덕분에 쉽게 끝날 일이었지만 말이오. 어째서인지 당신은 좀 특이한 모양이오. 하긴 그러니 그런 사람의 수행원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러니 어쩌겠소? 전통적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겠지. ...묶게.”
“뭐, 뭐하는...!!”
남자 두 명이 우악스럽게 달려들었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들을 밀쳐내며 저항했지만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젠장!! 젠장!!”
군화를 신은 발로 걷어차려다가 도로 다리가 붙잡히는 통에, 자세를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한 남자가 쓰러진 나를 누르고 있는 동안, 다른 하나는 내 다리를 묶고, 곧 팔을 뒤로 꺾더니 그대로 묶어버렸다.
“...미안해요.”
얼핏 귓가로 벨이라는 이름을 댔던 여자가 조용히 말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내 신경은 내 눈앞을 덮어오는 하얀 천에 쏠려 있어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선이 가려지는 동시에, 지나치게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어디, 일을 시작해 봅시다. 지상에서 익사의 공포를 느껴보는 것도 나름대로 신선한 체험일 게요.”
아, 안 돼. 안 돼... 무엇이 닥쳐올지를 깨달은 내가 나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쉬려는 순간-
-주르륵-
얼굴을 덮은 흰 천 너머에서 차가운 액체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어푸-!! 어!! 헉!!”
몸을 뒤집어 얼굴에 달라붙은 천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나를 묶은 남자 두 명이 붙잡고 있는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젠장, 젠장!! 젖은 천이 들러붙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자, 경험상 여기쯤에서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소. 소위, 당신은 어떻소? 말할 기분이 들었다면 머리를 들고 5초간 가만히 있으시오.”
미친 소리 작작 좀 해라. 숨을 쉴 수가 없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려 해도 축축한 천이 가로막는다. 젖어서 들러붙은 천은 온갖 난리를 쳐도 떨어지지 않는다.
“흠. 말하지 않겠다는 게로군. 이 정도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하오. 그건 분명해. 경의를 표하오. 하지만 이것도 일이라 말이지...”
-주르륵- 촤악-!!
“아어어어아!! 콜록!! 하악!! 콜록!! 콜록!! 하악!!”
남자는 또다시 물을 부었다. 나도 모르게 바보같은 비명소리가 나온다. 젠장!! 젠장!! 죽여버리...살려줘!!

죽음의 공포 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말해야만 한다. 살고 싶으면 말해야만 한다. 루크레티아 양이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를 말해야만 한다.

하지만 안 된다. 아인에게 해가 된다. 안 된다. 아인에게 해가 된다. 나는 결코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아인이 돌아올 자리를 지켜내야만 한다. 죽으면 지킬 수 없다. 하지만 말해도 지킬 수 없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나는?

“흠. 기절했나?”
걱정이라곤 조금도, 정말로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격렬한 딜레마에 빠져 있던 나는 이윽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어?”
얼굴을 뒤덮고 있던 젖은 천의 감촉이 갑자기 느껴지지 않았다.
“하, 하아!! 하아!!”
미친 듯이 숨을 들이쉬며 얼굴과 몸을 더듬었다. 설마 아까 그건 꿈이었나? 여긴 줄리오 중위의 저택인 거고 나는 잠들었다가 일어난...게 아니군. 얼굴과 몸에 묻은 물기가 그대로였다. 즉, 아까 그 상황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이야기다. 그건 그렇고 여기는...
“또 여기야?!!”
짐작했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누워 있던 곳은 언젠가 보았던, 회색 안개가 잔뜩 깔린 정체불명의 공간이었다. 햇빛도 없고, 그렇다고 실내도 아니다. 무한히 넓은 것 같으면서도 어디에도 갈 수 없을 것 같은 공간. 어렴풋이, 이 공간에는 항상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몸을 일으킨 뒤쪽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아레일?”
어째서 이 이름이 또 떠오른 걸까? 그런 의문을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뒤쪽에 서있는 사람은 그 아레일이라는 소녀보다 덩치가 있었고, 어딘가 살벌하게 보이는 오래된 풍의 회색 옷, 아니, 망토? 뭐 그런 것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잖아.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모양이군요.”
“으, 응?!”
무슨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사악한 마법사 같은 형상에서 생각보다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통에, 조금 당황했다.
“저, 저기, 너는 누구지?”
“이렇게 뵙는 건 두 번째로군요.”
어라? 지난번에 어디서 봤던가?
“지난번에 봤을 때는 제가 당신의 팔을 꺾었었죠.”
“아...”
생각났다. 소대원들과 함께 마씨니 일대의 해안포대를 살펴보러 갔을 때였다. 그때 분명히, 아레일과 함께 있던...
“...그런데 무슨 일로 날 여기로 불러낸 거야?”
말해 놓고도 뭔가 좀 이상하다. 불러낸다고 네 하고 달려올 수 있는 곳인가, 이런 곳은? 머릿속 한 구석에서 내가 내뱉은 말에 대해 그런 위화감을 지적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불러낸다는 표현은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일단은 당신을 구해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까 그 야만스러운 심문자로부터.”
이 ‘녀석’이... 나를 구한 건가?
“원래는 당신에 대해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채널도 모두 차단하라고 듣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인 씨는 그렇지 않아서 말이죠.”
잠깐, 뭐라고?!
“아, 아인?! 방금 아인이라고 했어?!”
흥분한 내 목소리에 담담하게 대답한다.
“네.”
“아인 베리 에스코터를 말하는 게 맞지?!”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을 원래 입어야 했을, 잠깐의 장난에 남동생을 전쟁터에 몰아넣었다고 괴로워하는 중인 누나를 말하는 거라면 맞습니다.”
맞다. 아인 이야기다. 나의 ‘누나’의 이야기다. 가슴이 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의문이 솟아올랐다. 이 사람은 아인을, 우리들의 일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인은 어디 있지? 다친 데는 없어? 왜 연락을 안 받는 거지? 식사는 거르지 않고 다녀?!”
여기가 어딘가 하는 의문도, 아까 전까지 엄습하던 공포의 잔향도 잊은 나는 아인에 대해 물었다.
“......”
한동안 대답이 없던, 뭐라고 불러야 될지 알 수 없는 사람은 곧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확실히 전 그녀의 근황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은 그녀를 걱정할 상황이 아닙니다.”
“내 상황은 상관없어!”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던 그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폐가 있군요. 당신의 상황이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면,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애써온 겁니까?”
“그, 그야 죽으면 안 되는 일이 맞지만... 당연하잖아, 난 아인이 돌아올 자리를 위해서...!”
“계기는 단지 우연한 사고였죠. 이렇게까지 돌이킬 수 없도록 크게 만들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여, 열차를 놓치면 반드시 늦는 상황이었어. 새로 가는 부대에서 시작부터 인상을 나쁘게 만들 수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 이 녀석은 어디까지 아는 거지?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단지 오누이라는 이유만으로 거기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요?”
“너, 뭐지?”
“왜냐고 끝까지 캐물었을 때, 당신은 과연 어디까지 대답할 수 있을까요?”
“뭐냐고 물었다.”
“......”
나도 모르게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물으니, 그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짧게 대답했다.
“당신의 구원자. 지금은.”
적어도 적은 아닌 건가?
“확인할게. 아까 내 상황은 꿈이 아닌 게 맞는 거야?”
“꿈이 아닙니다. 참고로, 당신을 잡아가둔 사람은 물은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인 모양이더군요.”
“그럼, 지금 나를 구해줄 수 있어?”
“그러려고 왔습니다.”
시원하게도 답한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도 대답해주려나? 나는 심호흡을 하고, 정말 중요한 것을 물었다.
“아인을... 만나게 해 줄 수 있어?”
대답은 역시 허무하게도 즉각적으로 나왔다.
“그녀가 원한다면.”
검은 그림자 너머로 들리는 대답은, 쿵쾅대는 내 가슴과 대조적으로 너무나 기복이 없는 어조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원하지 않는 것 같군요.”
“...뭐? 무, 무슨 말이야? 왜?”
“비밀입니다.”
“자, 장난이 아니라고!! 이 일을 바로잡아야...!!”
“바로잡는다...군요. 그 건에 대해서 저 역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시간이 없군요. 의식을 가속화해서 번 시간도 제 수준에서는 슬슬 한계인 것 같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지요.”
일방적으로 말을 마친 그 사람은 내 얼굴에 갑자기 손을 뻗었다.
“자, 잠...!!”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그 광경은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으악!! 뭐, 뭐냐!!”
나를 붙잡고 있던.......가 짝 놀랐는지 소리를 지른다. 회색 망토를 입은 누군가가...낯익은 얼굴을 한 누군가가... 내 왼쪽에 있던.......그대로 꺾어버린다.
“어디서.......거야?!!”
나를 둘러싸고 있던 납치범들이....... 중년 남자는 당황한 얼굴을 하면서도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면서 ‘벨’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대던......
“신입!!”
마찬가지로 당황하고 있던....‘녀석’의 목으로.....덤벼들었다. 저런 기세면 앤에게도.....같은데.
“이익...!! 아악!!”
하지만 ‘녀석’은 침착하게.....그녀의 복부를....가격한다. 재빠른....하지 못한 그녀는 자신이 덤벼들던 기세까지 더해 상당한 ....받는다. 그녀의 몸이....고, ‘녀석’은 내뻗었던 그녀의 팔을 붙잡아선...단검을 꺼내들고 그녀의 손을 벽에다가...로 꽂아버렸다.
“라인메타...아아아아악!! 아아아!! 으아아악!!”
-푸슝!! 푸슝!!
여성이...사이, 중년 남자는 침착하게 품속에서...꺼내 쏜다. 앞쪽에 검은 막대...그래, ..붙어 있어서인지 소리는 작았다. 하지만..다.
“...방탄 결계?!”
총알이 튕겨나는 소리, 중년 남자의 경악한 목소리. 그래, 이제야 뭔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중년 남자의 기대와 달리, 총알은 ‘녀석’에게 닿지 않았다. 다음 순간, ‘녀석’은 나를 고문하던 중년 남자의 목을 붙잡고... 일말의 주저도 없이 꺾어버린다. 허무하다는 표정을 짖고 있는 중년남의 얼굴이 잘 보였다. 그런데 사람 목이 저렇게 잘 꺾였던가? 아, 손끝에 파르스름한 빛 같은 게 보인다. 마법으로 완력을 강화한 건가.
-털썩-!!
“하나 도망갔나.”
고통에 몸부림치는 여성의 목소리를 빼고, 방 안에서는 다른 소리가 사라졌다. ‘녀석’은 나를 발로 뒤집더니, 뭔가를 써서 내 손발을 묶은 줄을 끊어버렸다.
의식과 감각의 지독한 괴리감에 시달리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니-
“...전 도망간 놈을 잡고 나서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녀석’은 그 말만 남기고 육중한 철문 밖으로 사라졌다.
“으그...흐으윽...!!”
그리고 나는, 벽에 꽂혀 신음소리를 내뱉는 정체불명의 여자와 단 둘이 남겨졌다. ‘녀석’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감각은 사라졌다.
“...뭐 어쩌라고?”
-‘저것’을 죽일지 살릴지는 당신 마음입니다.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은 소리에 흠칫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지만, 이미 뛰쳐나간 ‘녀석’이 있을 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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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간에 빈 화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_-; 원본도 소프트하게 쓰려고 애썼지만, 더 소프트하게 가다듬어 올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뭐 파라과이(...)에 사는 것도 아니고, 법은 법이니까요...다만 일에 치여 사는지라 진도도 느린 판이니... 아예 원작처럼 <검열삭제> 도배를 할까 고민도 했습니다만 할거면 하고 말거면 말자는 주의라 원작에서도 그 부분은 불만이었던 사람이라.-_-;

2. 아직도 신규 유입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놀랍습니다... 저야 감사할 따름이지요.

3. 취직한 직장은 영 바쁜 곳이네요...




덧글

  • 마아가림 2017/09/13 22:00 # 답글

    떡밥은 확실히 있는데 연재가 넘우 장기적이라서 쫌꿈;;
  • Artz알츠Mari마리 2017/09/14 02:03 #

    저도 빨리 쓰고 싶긴 한데, 들어온 직장이 인원수에 비해 일은 많고, 공부까지 해야 하는 곳이라 영 시간이 나질 않네요...
  • Sjs7046 2017/09/16 18:11 # 삭제 답글

    중간의 19편 가급적 원본으로 보고 싶은데
    아예 방법도 없나요?
  • Artz알츠Mari마리 2017/09/19 21:57 #

    법이 바뀐다면 모를까, 저도 일단 보신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_-;
  • Sjs7046 2017/09/24 14:26 # 삭제 답글

    정말 정말 진짜로 원본을 보고싶은데 이메일로 요청은
    안돼나요?
  • 이닦고귤먹기 2017/09/26 09:59 # 삭제 답글

    고등학생때부터 보던 연재인데 어느새 대학 졸업반이 되었네요 알츠마리님 재미나게 언제나 잊지않고 잘 보고있습니다 충성충성충성^^7
  • Artz알츠Mari마리 2017/10/03 11:57 #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오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Seattle 2017/09/29 23:10 # 삭제 답글

    1. 이야, 1년도 넘어서 생각나서 다시 와보니 두편이나 연재가 되어있네요. 감사합니다! 2. 군대 끌려왔어, 전쟁도 겪은데다가 이번엔 헛다리 짚고 성별 파악도 제대로 안 하는 허당들(...) 한테 물고문까지 당하나요. 칼 진짜... 이렇게 불쌍한 주인공 몇몇 못 본 거 같은데. 3. 사실 아인이 근처에 있건 말건 지금 상황에선 무슨 재배치명령이라도 없는 이상 도로 바꿔치기도 불가능한 상황 아닐까요(버지니아 이하 소대원들은 전부 칼한테 익숙해져 있으니). 그나마 칼이 운 나쁘게 진급이라도 해버리면 그냥 아예 평생 말뚝 박고 살아야 할지도요(...). 4. 아레일은 정체가 대체 뭐죠. 일단 마법실력으로 레미안 쌈싸먹는 건 확실한데.
  • Artz알츠Mari마리 2017/10/03 11:58 #

    아레일은 뭐... 언젠가 밝히겠지만 레미안은 아득히 뛰어 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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