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계관이란 얼마나 좁은가? Military

 귀찮아서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끝나고 나면 꼭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도대체 우리의 세계관은 얼마나 좁은가?'

 아프간 인질사태 자체의 끝은 났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서서히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한국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을 절감한 것이 절대적으로 많다.

 잃은 것은 무엇인가?

 첫째, 테러에 대한 내성을 스스로 깎아내렸다.- 정부는 단 두가지 뿐인 선택문을 강요당했고, 결국 국내적으로 부담을 지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으로 한국인이 납치테러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둘째, 신뢰.- 국내적으로 질 부담은 덜어졌지만, 9.11 이후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숱한 피를 뿌려온 미국과 ISAF를 구성하는 NATO 국가들에게는 '민폐'다.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섬으로 인해 탈레반의 위상을 높였고, '전투병력도 파병하지 않은 주제에' 벌이는 그런 일들은 정말로 피를 흘리고 있는 그들이 보기에 과연 '이해가 가는 일'이었을까.(말이 심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선에서 싸우는 미군과 NATO 병사들은 그보다 더 심한 말과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같은 한국군 내에서조차 병과와 보직에 따라 '땡보직'-군 속어. 한마디로 편한 자리-이 어떻고 하는 판에 '싸우는' 나라 병사들이 '안 싸우는' 나라 병사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과연 어떨까? 설령 그런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이번 사태로 인해 새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셋째, 파병으로 얻은 성과.- 동의/다산부대를 파병해서 얻은 성과가 날아갔다. 특히, 아무리 올해 말 철군하는 계획이 짜여 있었더라 하더라도 이번 인질극으로 인해서 그 모양새가 대단히 좋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아무리 '계획이 그랬다'고 해도 탈레반은 '우리에게 굴복했다'고 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우리 말을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고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탈레반이 '2천만달러를 몸값으로 받았다'라고 하니 우리정부가 '오간 돈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디 먹히던가? 진실이야 어쨌든, 한국 국민조차 그 말을 믿지 않는데 세계 어느 누가 그걸 믿을까. 그 험한 땅에서 고생해온 장병들의 노고와 그동안 들인 돈이 공중에 떠버렸다.(2천만 달러라면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서 탈레반이 구입할 수 있는 AK와 RPG가 몇 정인가... 우리가 정말 돈을 줬다면, 그것은 앞으로 미군과 ISAF가 치러야 할 피값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동의/다산부대가 활약해서 생긴 (+)보다 훨씬 큰 (-)가 될것이다)


 분쟁지역 봉사 및 선교활동은 아마추어가 가벼운 마음이나 단순한 신앙심만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일을 제대로 하러 간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되기 십상이다. 하물며 아프가니스탄은 그 점이 무척이나 뚜렷한 곳이다. AK와 RPG, IED가 판치고 미군과 ISAF가 몇 년째 탈레반과 혈투를 벌인다. 특히 탈레반의 홈그라운드인 남부 아프가니스탄은 그런 경향이 훨씬 뚜렷하다. 몇 년 전에는 사고 조사차 파견된 군 법무관까지 소총을 들고 싸워야 할 일이 생겼을 정도로(영국군) 교전이 격하고 위험한 곳이다.

 그런 곳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험도, 지식도 없는 이들(현지인들의 시선을 집중할 게 틀림없는 동양 '외국인들'이 시장을 산책했다든지, 가장 위험한 도로를 현지인 운전사가 모는 버스를 타고 집단으로 이동했다든지 하는 그들의 행동에서 분쟁지역에서의 행동요령이나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지식내지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을 경호도 없이 보내서 무슨 봉사를 얼마나 하겠다는 말인가? 그나마 그들의 일정에 잡힌 봉사활동 기간도 단 6일 뿐이라고 하는데, 그게 도움이 되어봤자 얼마나 크게 된단 말인가?

 아프간 정부에 '단순 체육행사다'라고 말한 다음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보내서 정작 현지에서는 선교활동을 하겠다고 설쳐대어 현지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평가가 바닥을 기게 만든 '평화축제' 사건부터-그나마 자기 몸들도 제대로 못 건사해서 심한 이질과 설사에 시달리다가 돌아왔다. 그게 봉사인가? 민폐인가?- 이번 인질 피랍 사태까지, 말은 안 해도 정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다.'

 그런 판에, 인질 피랍기간 중에 샘물교회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프간에 뿌려진 성도들의 피도 헛되지 않고, 언젠가는 복음의 씨앗들이 피어나 열매를 맺을 것이다. 앞으로 300명, 3000명의 배형규 목사와 같은 순교자들이 생겨야 한다.'


 '그 잘난 순교, 당신이 직접 가서 해라.'
 
   
 스물한명이 붙잡혀가서 두 사람이 죽고, 나머지를 구하는데에 2천만 달러가 들었다는 말이 도는데다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 적어도 이번 사건에 드러난 것처럼 어설픈 선교 및 봉사를 계속 보낸다면, 순교자 300명이니, 3000명이니 하는 소리가 헛소리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아프가니스탄이 한국처럼 기독교가 마음놓고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 될지는 적어도 현 시점에선 절대적으로 0에 수렴하는 확률만이 있을 뿐이다. 순교자의 피를 요구하기 위해서 보내는 게 봉사요, 선교라면, 안 보내는 게 나은 것 아닐까? 하물며 그게 남에게까지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면야.

 
솔직히-

  난 특정종교를 싫어한다. 물론 그 특정종교에 속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상한 선민사상에 사로잡혀서 민폐를 끼치는 일부 때문에 더 싫어하게 된 것 같다. 얼마전 집에 있는데 '하나님 말씀 좀 들어보라'며 어떤 아주머니들이 문을 두드렸다. 당연히 '아, 샤워하던 중인데요.'라며 완곡히 거절의 뜻을 보였다. 그 다음 대사가 걸작이었는데, '하나님의 이름으로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했다. 하나님의 이름까지 빌려서 용서해야 할 정도로 난 죄가 많은가? 나보다 분명히 나이가 많을 당신은 얼마나 죄없이, 티없이 순수하게 살았기에? 게다가, 당신들이 그렇게 섬기는 하나님 이름을 그렇게 팔아먹어도 되는 거 맞나? 죄를 용서하는 건 그분만이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 확 뛰쳐나가 한마디 쏘아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어치웠다. 소심한 나는 그저 전역한 뒤에 맞는 평화로운 오전을 보내고 싶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덕분에 그 오전은 아주 더러운 기분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 덕에 글이 감정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틀렸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람의 목숨은 귀하다. 카미유 비단(Z건담 주인공)이 절규한 것처럼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 것이고, 모든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나씩 주어졌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한 사람의 죽음은 하나의 세계가 끝나는 것을 말한다. 2차 세계대전사를 읽으면서 만슈타인의 절묘한 용병에 감탄하고 강대한 독일을 물리친 소련의 극기에 숙연해지지만, '잊혀진 병사'를 읽으면서 하나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취급을 받는 병사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찔끔 나오는 눈물을 삼킨다.(소련 땅에서 온갖 고생을 다한 뒤, 마침내 고향에 돌아가 수척해진 자신을 못 알아보는 가족을 마주한 병사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나는 그 대목만 생각하면 눈물이 약간 새어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아직 젊은 탓일까) 이번에 죽은-누구 말마따나 순교한- 두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300명, 3000명의 선교자가 나와야 한다고 부르짓는 자들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정치가들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무리들이다. 안전한 곳에서 순교하라고 부르짓지만 말고, 자신이 직접 가는 것은 어떨까? 인도에서 빈민과 고아들을 손수 돌보다 가신 테레사 수녀님 같은 분도 '가끔씩 신앙에 대해 의심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라고 하는 마당에 그렇게나 확고한 신앙을 가진 분은 왜 안전한 한국땅에서 전쟁에 무지한 젊은이들의 귀한 목숨을 전쟁터로 내보내려는 걸까?
 
 다시 카미유 비단의 말을 한마디 빌리자면, '전쟁은 놀이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사람들은 장난하며 사는 게 아니다. 거기서 목숨걸고 싸우고 있는 미군과 NATO 장병들, 그리고 탈레반의 무자헤딘들도 장난하는게 아니다. 머나먼 땅에서 공사하고 무료 의료봉사를 하는 다산/동의부대원들도 장난하고 있는게 아니다.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리면서도 삶을 이어나가는 그곳의 사람들도 장난하는게 아니다. 같은 특정종교를 가지고도 그 땅에서 훨씬 더 제대로된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도 당연히 장난하는게 아니다. 거기에서 장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런 땅에 무지하고, 준비도 안된 젊은이들을 '전세계 어디든 들이대면 통한다!'는 식의 세계관과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 신의 이름을 빌려 보내는 것은 단언컨대 장난이다.

 





 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구호를 가진 기관의 장이 '양지'에서 그렇게 활보하셔서 어쩌자는 걸까? 당장 잘라야 한다.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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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nowall 2007/09/05 10:28 # 삭제 답글

    실례입니다만...19명은 살아돌아온 사람이고 가기는 21명이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거나 오타를 내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 snowall 2007/09/05 10:29 # 삭제 답글

    다행히도, 우리나라가 기독교 국가였다면 2명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십자군을 보냈을지도 모르죠...-_-;
  • 알츠마리 2007/09/05 11:49 # 답글

    착각했었군요.-_-;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구여운영 2007/09/05 12:22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미유얘기가 참 반갑네요.^^ 그러나,제타에 심취한 일부 개신교도들이 몰려와 (응? 설마?)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뭘 하겠단 말이냐!"라는 카미유의 일부대사를 인용 피랍자들의 우선순위
    를 강요내지 설파할까 겁나네요~^^
  • choibg 2007/09/05 12:44 # 삭제 답글

    한마디로 "공해집단" 이군요.
  • pyoungwon 2007/09/05 18:01 # 삭제 답글

    저분들을 보고 있으면 과거, 광기에 미쳐 일본이 제국주의/군국주의를 부르짖으며 대동아전쟁의 타당성을 역설하는 것을 보는 것 같습니다.
  • doimoi 2007/09/06 10:10 # 삭제 답글

    ㅋㅋㅋㅋ. 윗분 지적이 재미있네요. 개독교가 조금더 더 힘이 있었으면 10대 애들 뽑아서 십자군 전쟁 벌였을 터인데...ㅋㅋㅋ
  • 2007/09/06 18:50 # 삭제 답글

    그렇군요.... 개념글에는 추천하는게 예의라고 알고있습니다, 고로 추천
  • C 2007/09/06 19:59 # 삭제 답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양한다. (x)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 (x)
    정보는 국력이다. (o)
  • 알츠마리 2007/09/06 20:46 # 답글

    C-지적 감사합니다.-_-;
  • 안불렀슈 2007/09/06 23:08 # 삭제 답글

    국제적인 평가를 생각한다면, 남의 나라에 가서 전쟁 일으키고 쑥대밭 만드는 미국을 따라 간 것 부터 잘못인 것 같습니다.
  • 알츠마리 2007/09/07 09:18 # 답글

    안불렀슈-이라크의 경우는 명백히 없는 죄를 씌우고 쳐들어간 만큼 그렇게 볼수도 있습니다만, 아프가니스탄의 경우에는 좀 아닙니다. 명백한 '공격'인 9.11직후 아프간은 분명 테러범인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보호하고 있었고, UN과 미국의 압력에도 그들을 추방하지 않고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9.11 때문에 독이 오른 미국한테 그건 '때려달라'는 소리밖에 안되죠.-_-;

    게다가 '단일민족국가'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한국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아프간 내에는 탈레반의 주요 구성원인 파슈툰 족 외에도 그들과는 다른 민족과 정치적 견해를 가진 세력이 상당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그게 북부동맹이죠. 하물며 탈레반 세력권내의 부족들도 미국에 우호적으로 돌아서버리거나, 탈레반을 인정은 하되 어느 선 이상은 끌려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미군 헬기 조종사가 어느 부족에게 구조됐는데, 탈레반이 '내놓으라'고 해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부족의 율법을 내세우며 그들을 지켜준 부족도 있었습니다) 즉, 아프간을 단순히 '탈레반의 나라'라고 여기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미국과 서방세계에 있어서 현재 피를 흘리는 것보다 더 큰 댓가를 치르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미군과 협조해 북부를 장악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대규모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고, 지금은 미군과 동맹군이 흘리는 피를 아프간 사람들이 고스란히 몇 배로 더 흘리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들은-지금도 많긴 하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날 아이들은 불안한 미래 덕분에 테러와 같은 나쁜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죠.(하물며, -미국이 만약 철수할 경우-'미국'을 물리쳤다!고 떠벌릴 탈레반의 비호 하에서라면 아예 대놓고 양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저지른 일들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일수도 있지만, 그 벌린 판을 수습하지 않고 마냥 '떠나라!'라고 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분쟁지역의 특성상, 강한 힘이 하나라도 있어서 그럭저럭 '관리'가 되고 '질서'가 잡히는 편이 장기적으로 보아서 훨씬 낫습니다. 지금 아프간의 경우도 미군이 떠나면 NATO도 떠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곧바로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내전입니다. 이라크의 경우는 훨씬 더 치열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이 쳐들어와서 생긴 희생자보다 수십 배는 더 죽을 겁니다. 소말리아나 르완다 꼴이 나는 겁니다.

    지금, 정말 사람이 덜 죽길 바란다면- (마음에 좀 안들어도)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간과 이라크의 안정화를 돕는 것이 최상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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