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항법장치의 이상은 아직 그대로야?"
"아, 스메라기씨."
초췌한 얼굴을 한 크리스티나가 콘솔에서 얼굴을 돌려 스메라기를 바라보았다. 스메라기는 능숙한 움직임으로 무중력에 몸을 실어 크리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크리스 앞의 콘솔은 원래 우주항법좌표체계를 나타내어야만 했으나, 그 화면은 현재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았다.
"보시다시피 아직 그대로에요. 이걸로......"
스메라기는 크리스에게 음료를 건네면서 말을 받았다.
"그래, 이걸로 5일째지."
은신처가 자리한 자원위성군을 벗어나 이동중이던 셀레스쳘 빙의 모함, 프톨레마이오스는 현재 '특정 불가능한 위치'에서 5일째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메는 중이었다.
"이런 말하는 것도 이미 의미없지만, 정말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야......"
"그 말대로."
이안 버스티가 브릿지로 들어오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광학, 전파, 기타 통신 및 관측장치가 일제히 외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에러 메시지를 띄운 것 역시 3일 전이었고, 이안은 랏세 아이온과 함께 지난 이틀간 관측장비들을 점검, 수리하느라 잠도 자지 못했다.
"이안. 랏세는요?"
"한숨 자두라고 했지. 함내 자동화는 이럴 때 좋지 않단 말이지. 삼직제는 고사하고 한 사람만 휴식시키기도 힘들어."
"그렇군요."
스메라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전방 시현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암흑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주공간에서는 응당 있어야만 하는 별들의 무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없고 끝이 어딘지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바라보던 스메라기는 자신도 모르게 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어둠에서 시선을 돌린 스메라기는 문득 생각난 듯 크리스에게 물었다.
"티에리아는?"
그녀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대답했다.
"여전히 '베다'와의 재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마이스터들도 방에 틀어박힌 것 같고...... 록온 씨만 삼일째 커피를 끓이는 데에 열심히에요."
함 내의 그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해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안과 랏세, 츠에리는 함의 관측/항법장치 정비에 몰두했고, 브릿지의 두 아가씨는 상당히 불안해하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 함의 실질적인 no.1인 티에리아 아데는 베다와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고, 세츠나 F. 세이에이와 알렐루야 합티즘은 자기 방에, 록온만이 여유있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커피를 만들어 무중력하 취식용기에 담아 브릿지와 격납고에 이따금씩 나눠주곤 했다.
마지막으로,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이 사태가 3일째 되던 날에 자기 방에서 술을 한잔 걸치고 뻗었다가 이제 일어난 참이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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